대법원 "강간과 간통 동시에 성립 안돼" 첫 판결
입력 : 2013-09-25 11:56:38 수정 : 2013-09-25 12:20:0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배우자가 강간을 당한 경우 그 성관계는 자의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통이 동시에 성립할 수 없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간통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모씨(49·여)와 최모씨(30)에 대한 상고심에서 최씨에 대한 간통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이부분에 대한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최씨가 간통혐의로만 기소됐을 뿐 강간혐의로는 기소되지 않았으나 원심이 강압에 의한 간통을 인정한 것에 대해 법리 해석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강간의 피해자가 배우자 있는 자인 경우 그 성관계는 피해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강간 피해자에게 따로 간통죄가 성립할 수는 없다"며 "이 경우 가해자도 강간죄의 죄책을 지는 외에 강간 피해자의 배우자가 상간자라고 하여 고소한 데 따른 간통죄의 죄책을 지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 홍씨와 최씨가 촬영한 동영상에서 최씨가 홍씨에게 성관계를 계속 요구하는 장면만 나올 뿐 실제 성관계가 이뤄진 장면은 나타나지 않는데, 만약 실제로 성관계가 있었다면 최씨가 이를 촬영하지 않았을 리 없다고 보인다"며 "당시 피고인들이 성관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증명됐다고도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피고인 최씨에 대한 간통의 유죄 인정 부분은 위법하므로 파기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와는 다른 취지에서 간통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은 파기할 수 밖에 없다"고 판시했다.
 
홍씨는 내연남인 최씨와 2011년 9월부터 수차례 성관계를 맺다가 남편 이모씨에게 들켰고 이씨는 조카를 시켜 둘을 미행하게 했다.
 
그러나 이씨의 조카는 홍씨와 최씨를 미행하던 중 돈이 필요하다며 홍씨에게 이씨의 미행지시 사실을 알렸고 최씨 등과도 친하게 되면서 홍씨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홍씨는 최씨와 "나를 납치해 성폭행 하듯이 동영상을 찍은 뒤 남편이 시킨 일이라고 경찰에 신고해 이혼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자"고 공모한 뒤 실행에 들어갔으나 결국 이씨에게 모든 것이 발각돼 간통 혐의 등으로 고소당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간통 혐의와 함께 횡령과 무고· 재물손괴 등 여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홍씨는 징역 2년을, 최씨는 징역 10월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수회 간통의 공소사실 중 동영상을 촬영한 부분만 성관계가 인정될 뿐 나머지는 간통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결하면서 두 사람의 대부분의 간통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동영상을 촬영한 당시의 간통혐의에 대해서는 최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 징역 10월을 선고하고 홍씨에 대해서는 "동영상 촬영당시 강압에 의해 성관계를 맺었으므로 간통의 고의는 없어 무죄"라며 재물손괴 등 여죄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경(사진출처=대법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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