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서울 SK, 승리도 얻고 '박승리'도 얻었다
입력 : 2013-10-31 21:47:21 수정 : 2013-10-31 21:50:54
◇서울 SK의 박승리. (사진제공=KBL)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SK 문경은(42) 의 '깜짝 카드'가 6연승(홈 26연승)의 원동력이 됐다.
 
1위 서울 SK와 2위 부산 KT의 올 시즌 첫 '통신사 라이벌'에서 SK가 먼저 웃었다.
 
SK는 3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1라운드 KT와 경기에서 60-51로 이기며 쾌속 질주를 이어갔다.
 
박승리(23)의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이 코트의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박승리는 이날 32분을 뛰며 6득점 3리바운스 4스틸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그는 6경기에 출장해 10분 이상 코트를 밟지 못했다.
 
문경은 감독은 경기 전 "우선 짧게 맡겨 볼 생각"이라며 "올 시즌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기느냐 마느냐 하는 상황"이라고 박승리의 선발 출장을 귀띔했다. 외곽 폭발력이 타오르고 있는 KT를 잡기 위한 비책이었다.
 
박승리는 시작과 함께 연거푸 3점슛 2개를 집어넣었다. 자기의 평균 득점(1득점)을 시작과 동시에 뛰어넘었다. 이후 그는 문 감독이 요구한 수비에 주력했다.
 
SK의 선택은 성공했다. SK는 승리도 얻고 박승리도 얻었다. 거미손 같은 박승리의 수비 앞에 KT는 우왕좌왕했다.
 
KT 전창진(50) 감독은 이를 두고 "준비한 패턴 공격을 하나도 못하고 뭐라 정리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기를 펼쳤다"면서 "외국인 선수와 조성민이 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박승리는 KT의 두 외국인 선수 아이라 클라크와 앤서니 리처드슨을 봉쇄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클라크는 3경기에서 평균 21.7득점을 기록했다. 리처드슨은 8경기에서 평균 20.4득점을 올리며 조성민과 함께 KT의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하지만 박승리의 거미손 같은 수비에 힘입어 SK는 이 둘을 총합 10점으로 틀어막았다. 박승리의 이런 수비는 조성민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조성민은 10득점에 그치며 주춤했다.
 
문경은 감독은 경기 이후 "3점슛 안내주는 수비가 성공했고 리차드슨과 클라크를 상대로 박승리가 잘 막아줬다"면서 "박승리의 외곽 수비가 살아나니 (애런)헤인즈, (코트니)심스, 최부경의 골밑 수비까지 단단해졌다"고 돌아봤다.
 
시즌 최고의 경기를 펼친 박승리는 의외로 침착했다. 그는 "이런 식의 수비라면 계속 연승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첫 선발 출장은 나에게 큰 의미였고 감독님이 외국인 선수 두 명만 잘 막으라고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깜짝 카드가 성공하며 문경은 감독은 또 하나의 갈림길에 섰다. 박승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문 감독은 이날 고민하게 됏다.
 
문 감독은 "한 걸음 한 걸음씩 가야지 한꺼번에 박승리를 끌어올릴 생각은 없다"면서도 "박상오의 부상을 고려해 출전 시간이 늘어날 수는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SK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문태종을 영입할 수 있었다. '타짜'로 불리며 최고의 슈터로 군림하고 있는 문태종을 잡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문경은 감독은 '혼혈선수' 박승리(당시 데이비드 마이클스)를 택했다.
 
일각에서는 "안타까운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창원 LG 김진 감독은 올 시즌 전 "SK가 문태종을 뽑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라고 기뻐했다.
 
그러나 문 감독은 "박승리는 팔이 길고 발이 빠르기 때문에 수비에 강점이 있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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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정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