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여의도, 선박과 선원 줄여야 침몰 피한다
입력 : 2013-11-27 15:53:19 수정 : 2013-11-27 15:57:07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우리는 종종 기업이나 조직을 큰 배로, 조직의 수장을 선장에 비유하곤 한다. 그리고 곳곳에 잠재해 있는 암초와 갑작스러운 거센 파도를 위기라고 표현한다.
 
드넓은 바다 위를 항해하던 선박이 거센 파도나 암초를 만나 침몰 위기에 처했을 때, 선장은 제일 먼저 선원을 걱정한다. 모두를 끌어안고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몇 명이라도 확실히 살릴 것인가의 고민이 시작된다.
 
최근 각 증권사 선박들이 떠있는 여의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와 경기 둔화에 따른 이익감소로 여의도 전체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판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에서는 여의도에 있는 선박 수 줄이기에 나섰다. 섬 전체를 가라앉게 하지 않으려면 배 몇 척은 떨어뜨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증권업계 시장 파이는 작아지고 있지만 증권회사는 60개가 넘을 만큼 지나치게 많아 업계 전체가 위기라는 판단하에 업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각 선박 안에서도 선원 줄이기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국내 증권사 직원 1인당 수익성이 최근 5년새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증권사 직원 한 명이 벌어들인 순영업수익은 2억3090만원으로 전년대비 12.1% 줄었고, 2007년 대비 23.9%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들이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하거나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성증권이 지난 7월 과장·대리급 인력 100여명을 그룹 계열사로 전환배치해 몸집을 줄인데 이어 지난달 KTB투자증권이 직원 100여명을 감축했고, SK증권이 임직원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한화투자증권 등 여타 증권사들도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시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시점에 일부 증권사들은 "우리는 괜찮다, 다같이 갈 것"이라며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내부 구조조정을 피하려다 업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선원을 내려 보내지 않으면 배가 통째로 침몰할 판이다. 그리고 어떤 배를 내려 보내느냐를 두고 눈치 보다가는 섬 전체가 가라앉을 판이다.
 
업계가 살려면 불어오는 칼바람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선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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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