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값 줄다리기 6개월..현대제철 칼 빼든 이유는?
입력 : 2014-02-13 17:26:06 수정 : 2014-02-13 17:30:01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제철이 철근 제값받기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째 건설사와의 가격 협상 난항으로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계속되면서 현대제철이 칼을 빼들었다.
 
일반적인 상거래의 경우 가격을 책정하고 거래를 하는데 반해 철근 시장에서는 물건을 먼저 가져가고 한 달 후에 가격을 책정, 정산을 하는 관행이 있다. 건설시장이 장기간 침체를 겪으면서 외상으로 물건을 선납품 받았던 것이 관례로 굳어진 것이다.
 
건설시장은 철근 사용량이 가장 높은 수요처이기 때문에 제강사 입장에서도 단골 고객 확보를 위해 관행을 묵인해 왔던 것도 한 요인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철근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철스크랩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강사들이 철근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 판매 대금 회수가 지연되기 시작했다. 건설사 측에서 정산을 계속 미루거나 거부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6.4% 인상하면서 제강사의 철근 가격 인상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국내 철근 시장은 약 900만톤 규모로 추정되며, 톤당 평균가격을 75만원으로 계산할 경우 총액은 6조7500만원에 달한다.
 
철근은 원재료 비중이 높은 강종에 속하는데 원가에서 원재료인 철스크랩 비중이 60%, 전기료가 25% 가량을 차지한다. 철스크랩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톤당 2만4000원가량 상승했다. 때문에 제강사들은 원자재와 전기료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일부나마 전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계와 마찬가지로 철강업계도 전반적인 수요 부진과 판매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라 양측의 가격 줄다리기는 더욱 첨예할 수 밖에 없었다.
 
현대제철을 비롯한 제강사 측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지난해 9~11월 철근 가격을 기존 대비 톤당 1만원 오른 73만원을 요구하고 있고, 건설사 측은 기존대로 톤당 72만원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톤당 1만원 차이지만 한 번에 납품되는 양이 많고, 제강사와 건설사 양측 모두 수익성 악화가 심각한 상태라 물러서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업계 1위 현대제철이 12일부터 철근 거래에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키로 했다.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은 철근 수급 및 원자재가격 동향 분석을 통해 제강사와 건설사가 분기별 철근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후 거래하는 방식이다. 정상적인 거래 형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6개월 동안 가격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던 것은 국내 철근 시장 구조와 다량의 값싼 중국산 철근 때문이었다.
 
현재 국내 철근 시장은 현대제철이 35% 내외로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동국제강과 한국철강 등이 20% 내외로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한 번에 납품되는 양이 많아 제강사 한 곳이 톤당 1만원만 가격을 내려도 시장점유율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먼저 가격을 공시하고 거래할 경우 시장을 빼앗기게 되는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와 가격 협상이 길어지고 중간 유통업체의 경우 대금 회수를 못해 벼랑까지 상황이 몰리자 철강업계 내에서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됐다.
 
이런 이유에서 업계는 현대제철의 선가격 후출하 시스템 도입 발표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철근 제품도 국내 제강사들에겐 부담이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근 수입 비중은 2009년 28%에서 2011년 43%, 2012년 49%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수입된 철근 총 46만8000톤 중 약 30만톤(64%)이 중국산으로 집계됐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제조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일부 철강사와 유통업계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철강업계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통한 생존 차원의 손익 보존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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