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에서 오거나이저로..종합상사의 변모
입력 : 2014-02-26 15:23:34 수정 : 2014-02-26 15:27:3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영업이익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부진을 겪고 있는 종합상사들이 새로운 수요처 만들기에 안간힘이다.
 
돈이 될 만한 물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되파는 방식으로 마진을 남겼던 전통적인 트레이더(Trader)에서 탈피해 최근에는 물품이 필요할 만한 수요처를 직접 개발하는 오거나이저(Organizer)로 변모하고 있다.
 
오거나이징(Organizing) 사업은 상사가 갖고 있는 정보수집, 네트워크, 파이낸싱 능력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발전소나 플랜트, 인프라 등과 관련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발굴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융조달 및 설계·조달·건설(EPC) 회사 선정에 이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수요처에 물품을 공급하는 것보다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고 향후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등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점차 비중을 늘리고 있는 자원개발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트레이딩 사업의 마진율이 점차 떨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는 신사업으로 오거나이징 사업이 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106개국 300여명의 해외 주재원 네트워크와 ‘대우’라는 이름을 앞세워 동유럽, 중동, 동남아 등지에서 오거나이징 사업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연산 15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총 투자 규모는 10억달러 수준으로, 비용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대부분 출자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지분 투자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 대우 시절 해외에서 자동차 공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고, 자동차 부품업체인 한국 델파이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높게 평가됐다. 또 국내 종합상사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 부품 본부를 두고 있는 점도 프로젝트 수주에 도움이 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장 자재 조달 및 설계·운영은 물론 준공 후 자동차 부품 조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14억달러 규모의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아프리카에서 수주한 발전소 건설사업 중 발전용량과 수주금액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사업은 엔지니어링, 구매, 건설 등 전 프로젝트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턴키방식으로 진행된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12년 11월 9억달러 규모의 알제리 복합화력발전소, 지난해 3월 8억2000만달러 규모의 우즈벡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등 과거에도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해외 복합화력발전소를 수주한 경험이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속한 포스코그룹에는 포스코건설이, 범현대가에는 현대종합상사가 있지만 서로의 강점을 살려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이합집산이 활발한 점도 오거나이징 사업의 특징이다.
 
LG상사는 지난해 9월 투르크메니스탄 ‘갈키니쉬 가스처리 플랜트’를 준공했다. 이 플랜트는 2009년 LG상사가 현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현지 사상 최대 규모 프로젝트로, 연간 100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처리할 수 있다.
 
갈키니쉬 가스전은 2006년에 발견된 세계 5대 가스전 중 하나로, 확인 매장량이 14조 입방미터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가 5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투르크메니스탄 갈키니쉬 가스처리 플랜트 전경(사진=LG상사)
 
LG상사가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것은 풍부한 정보력과 해외 네트워크, 파이낸싱 능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LG상사는 2007년 국내기업 최초로 투르크메니스탄 수도인 아쉬하바트에 지사를 설치했다.
 
당시 투르크메니스탄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제대로 인지돼 있지 않았지만 LG상사는 풍부한 천연가스를 보유한 신흥 자원부국 투르크메니스탄의 성장 잠재력을 간파하고 한발 앞서 진출했다.
 
이어 현지 정부가 추진 중인 갈키니쉬 가스처리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관련 입수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 분야에 뛰어난 시공능력을 보유한 국내 엔지니어링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 프로젝트 파이낸싱까지 이끌어 내는 등 오거나이징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다.
 
LG상사는 이를 발판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2012년 투르크멘바쉬 정유 플랜트에 이어 지난해 키얀리 원유처리 플랜트를 연달아 수주했다.
 
LG상사 관계자는 “투르크메니스탄은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를 가공 처리해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자 2030년까지 기존 정유·가스시설 현대화, 수송 인프라 및 신규 정제공장 등을 확대하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향후 카스피해를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젝트 수요가 생겨나면 더 많은 사업기회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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