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형제' 징역형 확정..독(毒) 되어 돌아온 '비장의 전략'(종합)
대법원 "김원홍 전 고문 진술 거부 심리미진 아니야"
"김 전 고문 통화 녹취록..최 회장 등 유죄 확신 증거"
입력 : 2014-02-27 11:53:30 수정 : 2014-02-27 13:57:1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수백억원대의 회삿돈 횡령·배임혐의로 기소된 SK그룹 회장 형제에게 나란히 징역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27일 특경가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최재원 수석 부회장에게 징역 3년6월을 각각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태원·최재원 공모혐의 모두 유죄인정
 
재판부는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횡령 혐의를 공모했는지 여부에 대해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최 회장 등은 1, 2심 재판에서 SK그룹 계열사의 펀드출자 및 선지급에 관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선지급된 출자금이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으며,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사장과 김 전 고문이 자신들이 모르게 펀드 출자금을 유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펀드출자가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펀드가 결성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선지급된 점, 김 전 고문에게 송금할 투자위탁금이 아니라면 최 회장 형제가 펀드출자 및 선지급을 허락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두 형제의 공모행위를 인정했다.
 
또 김 전 고문에게 송금된 돈을 나중에 최 회장 형제가 대출을 받아 메웠고, 이 일이 있은 이후에도 김 전 고문에 대한 투자위탁거래가 계속되고 있었던 점, 김 전 사장이 최 회장 형제와 함께 범행을 공모했다고 진술한 점 등 역시 유죄의 증거로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최태원, 최재원 두 피고인의 공모사실을 이와 같은 근거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원홍 증인신문 거부 심리미진 아니다"
 
최 회장 측이 가장 희망을 걸었던 항소심 재판부의 김 전 고문에 대한 심리미진 부분도 대법원은 "원심의 재량행위를 벗어난 행위로 볼 수 없으며, 판결에 미친 영향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김 전 고문을 증인으로 신문해 김 전 사장 진술의 신빙성 유무를 평가하는 것이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의 정신에 비추어 보다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의 조치가 증거채택에 관한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고까지 평가할 수는 없으므로, 원심에 직접심리주의를 위반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 당시 최 회장 형제는 김 전 고문이 주범임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김 전 고문에 대한 증인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재판부에 촉구하는 동시에 대만에 있는 김 전 고문을 최 부회장이 직접 만나 설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김 전 고문이 귀국을 미루는 바람에 증인 채택은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항소심 선고가 있기 전 날 김 전 고문이 체포돼 송환됐으며, 이에 최 회장측은 선고 당일 오전 변론재개를 신청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의 진술이나 입장 등은 이미 김 전 고문이 제출한 통화 녹취록에 충분히 나타나 있으므로 별도의 증인 신문이 필요 없다"며 기각했다.
 
◇"'김원홍 녹취록' 중 일부 유죄증거로 채택 정당"
 
김 전 고문의 전화통화 녹취록 중 공소사실에 해당하는 일부분만 항소심이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부분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유죄의 증거로 원용한 녹취록 중 일부 기재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고, 녹취록 중 최 회장 형제의 주장에 부합하는 부분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신빙성이 없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 전 고문의 녹취록은 최 회장 측이 재판 말미에 자신들의 무죄 또는 형의 감형을 위해 꺼낸 비장의 카드였다.
 
당시 김 전 고문은 중국에 체류중으로 증인 출석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전 고문의 통화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함으로써 무죄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결과적으로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최 부회장까지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약'이 아닌 '독'으로 작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고문이 최 회장과 최 부회장, 김 전 사장과 의도적으로 공소사실에 반하는 내용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오히려 통화 녹취록 중 최 회장 형제의 혐의를 입증하는 부분을 유죄의 증거로 채택했다. 
 
이에 최 회장 형제는 상고하면서 녹취록에 나타난 대화내용은 자신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주요 증거라고 주장하는 한편 녹취록의 일부만 떼어 유죄증거로 사용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최 회장 형제는 2012년 1월 SK그룹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497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은 최 회장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으나, 동생인 최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최 부회장에게는 징역 3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재원 수석부회장(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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