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경기 승리' 임창용 "아직은 첫 경기다"
입력 : 2014-04-13 19:07:51 수정 : 2014-04-13 19:11:43
◇임창용.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대구=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무려 2382일만에 이루어진임창용의 한국 정규시즌 복귀전은 화려했다. 이틀을 기다려야 했고 불펜에 그가 등장하면 곧바로 관중석은 술렁였다. 게다가 '8-8'의 치열한 동점의 순간에 나와 이날 승리를 챙겼다. 
 
해외도전을 잇던 임창용(38·삼성라이온즈)이 2382일만에 한국 정규시즌 복귀전을 치러 2408일만에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포스트시즌까지 합산하면 2007년 10월12일 한화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의 2375일만이다.
 
이날 경기에서 그의 기록은 '1.2이닝 2탈삼진 무실점'. 직구가 21개에 포크가 1개며 슬라이더가 2개다. '미스터제로'라는 명성도, '직구를 던질 것'이란 공언도 모두 지켰다. 역시 임창용다운 선굵은 모습이었다.
 
경기 전 그는 코칭스태프를 찾아가 "등판하고 싶다"라는 의사를 정중히 밝혔다. 세이브 요건이 되지 않더라도 마운드에 오를 것이란 의미다. 임창용은 11~12일 이틀연속 소속팀이 뒤지는 상황 때문에 끝내 경기에 출전하지 오르지 못했다.
 
이에 류중일 삼성 감독은 임창용의 청을 흔쾌히 수용했다. 
 
경기 전 만난 임창용은 "나를 보고자 온 팬들이 많다. 팬 성원에 보답하고자 경기에 나가고 싶다. 내일 쉬니 던지는 데 전혀 무리 없다"고 했다. 대구 3연전 내내 임창용을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의미였다.
 
결국 임창용은 이날 '8-8'로 동점인 8회 1사 만루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섰다. 가장 절정의 순간에 오른 것이다. 전광판 상에는 '창용불패'라는 단어가 한자로 표기됐고, 임창용은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에 올라섰다.
 
임창용이 오르자 SK는 대타 루크 스캇을 타석에 올렸다. 메이저리그(MLB) 출신의 거포를 상대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임창용은 공언한 대로 초구를 직구로서 던졌다. 스캇의 배트는 허공을 휘저었고 대구 홈구장 팬들은 더욱 환호했다.
 
임창용의 이날 2구는 낮은 볼이었다. 3구는 시속 144㎞ 속도의 직구다. 결국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얻은 스캇은 9-8로 역전하는 타점을 뽑아냈다. 임창용은 김성현에게 볼카운트 2B-2S 상황에서 145㎞ 직구로서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종결했다. 
 
임창용의 호투에 부응하는 듯 삼성은 8회말 2점을 따내며 역전했다. 임창용이 9회말을 실점없이 막을 경우 세이브가 아닌 승리가 가능한 조건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방송 인터뷰 중인 임창용.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임창용은 마지막 9회말 상대를 삼자범퇴 처리하며 당당히 승리를 가져갔다. 이명기를 3루수 땅볼로 잡더니, 조동화는 2루수 땅볼로 잡았고, 최정은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한국 불펜 대기 사흘만에 패전의 멍에를 각오하고 등판을 요청한 임창용은 결국 극적인 승리를 따내는 주인공이 됐다.
 
임창용은 경기 후 소감 발표에 앞서 국내 타자의 수준 향상에 대해 놀라워했다. 그는 "정말 많이 변했다. 컨택 능력이 아주 좋아졌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한국 타자들의 수준은 최고"라고 말했다.
 
이어서 "아직은 조금 부족한 것 같은데 아직은 첫 경기에 불과하다"며 "좋은 컨디션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경기에 대해선 "병살타로서 막았으면 좋았겠지만 8회에 타자들이 활약해줘 승리할 수 있었다"며 "어차피 직구가 가장 자신있었으니까 오늘(13일) 3구까지 직구를 던졌을 것"이라고 했다.
 
임창용은 팬들의 반응과 오랜 불펜 대기와 관련된 의견도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일본에 있을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르고 팬들이 알아봐주니 기분이 좋았다"며 "어짜피 마무리투수는 그런(불펜 대기하다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더 잘 준비하고 더 잘 하면 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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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