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우크라이나 긴장 고조..글로벌 경제 영향은?
서방, 러시아 추가 제재 준비 중
러시아 자금 이탈..1분기 동안 637억달러 '유출'
러시아 제재..EU·동유럽 경제에 악영향
입력 : 2014-04-28 14:54:30 수정 : 2014-04-28 16:20:1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 분리독립 움직임에 자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가 큰 위기에 처했다.
 
동부 지역의 정치불안이 러시아와 유럽연합(EU) 등 이웃국으로 전이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이다.
 
미국과 EU가 러시아를 추가 제재할 수 있다고 천명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다. 세계 8위 경제국인 러시아의 몰락은 곧 세계 경제 회복 둔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동부 시위 격화..서방, 추가 제재 준비 중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우크라이나 동부 시위대가 유럽 감시단원들을 볼모로 잡으면서 서방 내 비난 여론이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슬라뱐스크 지역 친러 반군은 이날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감시단원 7명을 미디어에 공개하고 이들을 '전쟁포로'라고 지칭했다.
 
◇OSCE 감시단원 두 명(뒤쪽)이 반군 뒤에 서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자칭 슬라뱐스크 시장 뱌체슬라프 포노마레프는 "오는 5월11일 분리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시행할 것"이라며 "인민 공화국을 창설하겠다"고 선포했다.
 
도네츠크에서는 지역 방송국이 점거되는 일도 발생했다. 복면을 쓰고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시위대는 방송국에 진입해 건물을 점거하고 도네츠크공화국 깃발을 내걸었다.
 
반군의 무력시위 소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러시아 국영방송은 3명의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심하게 고문당한 채 반군에 사로잡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들고 일어났다.
 
무력시위를 진행하는 것도 모자라 무고한 감시단원까지 납치하면서 제네바 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와 미국, 유럽연합(EU)과 러시아는 제네바 협정을 맺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매듭짓자고 합의한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3만 병력을 포진시켜 놓은 점 또한 서방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이에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 추가 제재를 단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프랑크 월터 독일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의무는 인질을 풀어주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번 주 내로 추가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토니블링큰 백악관 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은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8일부터 러시아 추가 제재가 시작될 수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 15명과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개입하는 것과 자국 경제를 지키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경제, 서방제재로 '풀썩'..IMF, 성장률 1.3%로 하향 조정
 
백악관의 경고처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경제 보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입은 경제적 손실을 감안한다면 서방의 추가 제재가 본격화하기 전에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손을 떼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25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BBB-로 한 단계 강등했다. S&P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등급 강등의 이유는 정치·경제 불안이었다.
 
러시아 정치 불안의 근원은 우크라이나 정정불안이며 경제 위기의 원인은 서방의 경제 제재에따른 자금 유출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부터 3월까지 러시아를 빠져나간 자금은 637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유출액과 맘먹는 수준이다.
 
자금 이탈이 이어지자 러시아 통화인 루블화 가치가 끝도 없이 떨어졌다. 올들어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8.5% 감소했다. 자연히 물가는 올랐는데, 지난 2월 5.6%대를 보이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월 들어 6.0%로 급등했다. 중앙은행 목표치인 5%에서 더욱 멀어진 셈이다.
 
◇러시아 미섹스 지수 1~4월 26일까지 추이 (자료=investing.com)
 
주식시장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러시아 '미섹스 주가지수(Micex stock index)'는 올해부터 지난 26일까지 무려 14%나 하락했다.
 
이처럼 안 좋은 소식이 잇따르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정학적 불안을 이유로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1.9%에서 1.3%로 하락 조정했다. 이는 러시아 재무부가 기대하고 있는 성장률 전망치인 2.5%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이쯤 되자 디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러시아가 전례없는 경제적 위기를 맞았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경제적 실익을 포기하고서라도 구소련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개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소련 당시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은 러시아 정부의 숙원과제라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제재..EU·동유럽 등 세계 경제에 '타격'
 
문제는 러시아 제재로 당사국 뿐 아니라 EU와 동유럽 경제도 타격을 입어 세계 경제 성장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총생산(GDP) 2조달러로 세계 경제 8위인 러시아의 경제력과 맺고 있는 국제적 관계를 고려하면 러시아 제재는 주변국에도 큰 불이익을 안겨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 제재는 EU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한다. CNN은 러시아가 글로벌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그중 EU와의 공조가 끈끈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EU가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3분의 1은 러시아에서 수입된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그보다 많은 40%를 러시아에서 가져다 쓴다.
 
통상교역 부문에서도 러시아와 EU는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 수출의 절반인 2920억달러는 매년 EU 회원국과의 거래에서 얻어진다. EU는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다.
 
반대로 러시아는 EU에 3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으로 러시아는 EU에서 1690억달러의 제화를 수입한다.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 대열에 동참한 독일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 (사진=로이터통신)
 
지난 9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조장하고 있다"며 "유로존 부채국과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정불안을 경험 중인 산유국들도 우크라이나 악재에 노출돼 있다.
 
미국의 경제매체 CNBC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베네수엘라,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정정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산유국들이 비용 증가 문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벡 클레먼츠 월드와이드 대표는 "이들 산유국은 경제적 불평등과 불안을 겪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로 인한 불안감이 확대되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러시아 경기둔화가 EU와 동유럽 경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세계 경제도 위험에 처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불거졌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신냉전 구도로 이어지면 전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자금 흐름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5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세계 경제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다양한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2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치적 위기가 세계 경제 전반에 위협을 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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