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부터 탈출까지 '급박한 1시간' 선원들 뭐했나
인근 선박 "승객탈출 시키면 구조하겠다"는데도 아무조치 안해
피흘리며 신음하는 동료 보고도 그냥 지나쳐..신분 숨기려 환복
입력 : 2014-05-15 19:37:52 수정 : 2014-05-15 19:42:03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30일 만인 15일 이준석(69) 선장을 포함한 생존 선원 15명이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 목포지청장)가 밝힌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을 구조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승객의 상황을 확인하거나 구호 방법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구조된 인원들 중 가장 먼저 세월호를 탈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증·개축공사와 과적 등으로 복원력이 나빴던 세월호는 물살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센 것으로 알려진 수심 36m의 '맹골수도'를 운항하며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맡겨진 상황이었다.
 
◇8시48분 배 기울기 시작..조타실 상황은?
 
세월호는 8시48분경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에 진입해 변침을 하다가 조타 미숙으로 선체가 급격히 기울었고, 부실한 고박과 과적 등의 문제로 복원력을 상실해 8시52분쯤 멈췄다. 이 때 배는 좌현으로 약 30도 정도 기울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배가 기울자 선장과 선원들은 조타실에 급히 모였고, 세월호가 증·개축 공사와 과적으로 복원성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던 강모씨(42) 1등 항해사는 배의 균형을 잡는 힐링펌프가 작동하지 않자 곧 침몰할 것을 알고 8시55분쯤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본선 위험하다. 지금 배 넘어간다'며 구조를 요청했다.
 
이는 당시 단원고 2학년 최덕하(17·사망)군이 전남소방본부 상황실에 최초 신고한 8시 52분에 비해 3분 정도 늦은 시각이다. 해당지역 관할인 진도VTS는 9시6분에야 사고를 인지했다.
 
이후 선장 이씨는 8시58분쯤 김모(47) 2등 항해사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하라고 지시했고, 김씨는 세월호 사무장 양모씨(실종)에게 무전기로 침몰상황은 알려주지 않은 채 안내방송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양씨는 3층 안내데스크의 매니저 강모씨(33·여)에게 선내대기 안내방송을 지시했고, 강씨와 박지영씨(22·여·사망)는 승객들에게 선대에 대기하라는 안내방송을 했다.
 
당시 진도VTS는 '인명들 구명조끼 착용하고 퇴선할지도 모르니까 준비 좀 해주십시오'라고 교신했지만 선원들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그 시간 조타실 항해사 등은 선사 청해진해운과 수 차례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팬티를 입은 남성)가 지난달 16일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탈출하고 있다.(사진=서해해양경찰서)
 
비슷한 시각, 선장으로부터 탈출 지시를 전해 들은 기관실 선원들은 1~2층의 기관실에서 3층 복도 이동했다. 총 7명의 선원들은 3층 복도에서 만나 구조선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때가 9시6분 경으로 당시 엔진은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세월호 부근을 항해하던 둘라에이스호는 진도VTS의 구조요청을 받고 세월호에 다가가면서 9시13분과 9시21분에 '승객이 탈출하면 구조하겠다'는 교신을 보냈다. 
 
이후에도 진도VTS의 교신은 수차례 이어졌다. 9시25분에도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우라'는 등의 교신을 보냈으며, 9시26분에는 '경비정이 10분 이내 도착할거다', 9시27분 '1분 후에 헬기가 도착한다'는 교신을 보냈다. 
 
그러나 선원들은 안내방송은 커녕 아무런 구호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9시34분, 세월호 복원력 완전 상실 
 
세월호는 9시34분쯤 사고 당시보다 더 기울면서 침수한계선이 수면에 잠겨 복원력을 완전히 잃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선내 대기 승객들이 아예 선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조타실 내 선원들은 9시37분 이후부터는 진도VTS의 교신에 응답도 하지 않은 채 해경 경비정이 세월호에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9시39분, 박씨 등 기관부 선원 7명은 가장 먼저 배에서 탈출했다. 조타실로부터 전화를 받은 9시 전후부터 30여분간 승객에 대한 구호조치 없이 3층 복도에서 대기했다. 
 
특히 이들 중 최소 4명은 바로 옆 복도에서 조리수 2명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신음하고 굴러 떨어진 충격으로 벽에 기대 앉아있는 것을 보고서도 외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상당한 조리원들은 현재 실종상태다. 
 
조타실 선원들은 해경123호 경비정이 온 것을 보고 좌측 출입문을 통해 빠져나간 뒤 9시46분쯤 세월호에서 빠져나갔다. 
 
자신들이 선장 또는 선원이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제복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여유까지 부렸으며, 특히 탈출 당시 선장은 팬티만 입은 상태였다.
 
승객들은 침몰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 채 '선내 대기' 방송에 따라 구명조끼를 입은 채 선내에서 대기했다. 
 
수사본부가 밝힌 세월호 침몰 당시의 마지막 카카오톡 메시지는 단원고 학생이 10시17분에 남긴 "배가 기울고 있어, 엄마 아빠 보고 싶어"였다. 
 
◇오전 11시38분 완전 침몰
 
오전 11시18분, 세월호는 선수 일부만 남기고 사실상 완전히 침몰했다. 
 
이날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이성윤 목포지청장)는 이 선장과 1등항해사 강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54)씨 등 4명에 대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사고 당시 운항지휘를 맡았던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는 특가법상 선박사고도주죄(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와 업무상 과실선박매몰 혐의가 적용됐다.
 
또 나머지 선원에 대해서는 유기치사상죄,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한편 수사본부는 이날까지 승객 476명 중 구조자 172명, 사망자 284명, 실종자 20명으로 집계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15일 세월호 사고당시 탑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 이준석씨 등 선원 15명 전원을 구속기소 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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