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담화, 국정개혁 큰그림 없이 조직개편 브리핑만
입력 : 2014-05-19 16:08:51 수정 : 2014-05-19 16:13:21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에는 직접적인 사과의 메시지와 함께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이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포함됐지만 만기친람(萬機親覽) 리더십은 여전했다.
 
만기친람과 만시지탄(晩時之歎)으로 요약되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세월호 침몰 참사로 들끓는 민심을 달래기에는 부족해 보여 정국 난맥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34일 만인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담화 형식으로 국민 앞에 직접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장면은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분명히 함으로써 단죄자를 자임했던 기존의 태도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 무색하게, 내각과 청와대에 대한 인적쇄신 없이 '해경 해체'라는 자극적 깜짝 카드를 내놓아 해경을 제물로 꼬리를 잘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경 해체와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 기능 축소 및 안전 업무 국가안전처 이관은 재난 대처 컨트롤타워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대한 면죄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아직 실종자 18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색과 구조를 맡고 있는 해경 해체를 전격 선언한 것도 신중치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박 대통령이 사과한 시점 자체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어차피 사과할 거였으면 굳이 '늑장'·'간접' 사과 논란을 자초하고,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사과한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담화문 내용도 대통령이 온갖 세세한 사안을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 리더십의 결정판이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개각을 단행한 이후 국정개혁의 큰 그림을 요구하는 여론이 많지만 박 대통령은 이보다는 세세한 실행대책을 브리핑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담화문 발표 직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한 것에 대해 꼭 지금 나가야 하느냐는 싸늘한 시선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세월호 관련 모든 문제들을 여야가 함께 논의해 주기 바란다"라며 특검 도입과 특별법 제정 문제를 은근슬쩍 국회의 몫으로 넘긴 대목은 지난해 11월 시정연설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 문제를 "여야 합의"로 풀라던 모습과 똑같다.
 
이처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 옛말을 떠오르게 한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여론의 추이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34일째인 19일 오전 전남 진도군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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