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2'의 법칙, 그리고 이수만
입력 : 2014-05-26 14:37:19 수정 : 2014-05-26 14:41:50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사진=SM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지난 23~25일 그룹 엑소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후 첫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를 앞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낸 크리스의 빈 자리 때문. 크리스는 콘서트를 불과 1주일 앞두고 팀을 이탈했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데뷔 3년차 그룹 엑소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엑소가 크리스의 빈 자리 때문에 휘청거리게 될 거란 일부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엑소의 콘서트는 오히려 그들이 전혀 흔들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가 됐고, 그 중심엔 SM의 이수만 회장이 있었다.
 
이 회장은 오후 4시가 조금 넘은 시각, 콘서트가 시작되기 직전에 회사 임원들과 함께 콘서트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장의 옆엔 슈퍼주니어의 최시원, 동해, 규현 등 SM 소속 가수들도 있었다.
 
이 회장의 얼굴을 알아본 엑소의 10대 소녀 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곧 이어 큰 환호성이 나왔다. 이 회장은 직접 일어서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때 10대 팬들이 “이수만! 이수만”이라고 외치며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콘서트 무대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쳐 보이고 있는 엑소의 레이. (사진=SM엔터테인먼트)
 
콘서트 막바지, 엑소의 멤버들은 끝인사를 통해 이 회장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팬들은 다시 한 번 이 회장의 이름을 연호했다.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이 회장의 모습은 콘서트장 내의 대형 스크린에도 잡혔다.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에서 소속사 대표가 어린 팬들의 환호를 받고, 그의 얼굴이 대형 스크린에까지 나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
 
이 회장은 팬들과 함께 야광봉을 흔들며 엑소에게 환호를 보냈고, 특히 팬들이 엑소를 위해 준비한 "이제부터 시작이야"란 문구의 피켓도 들어보여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 사태' 이후에도 엑소에 대한 팬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는 의미가 담긴 문구였고, 이 회장으로선 소속 가수인 엑소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콘서트 현장에서 만난 한 10대 팬은 "엑소 오빠들을 봐서 너무 좋다. 우리도 오빠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제부터 시작이야"란 문구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수만 회장은 현재 국내 가요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체계적인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인물로 꼽힌다. 그의 손에서 H.O.T, SES와 같은 90년대 최고 인기 그룹이 탄생했고,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의 한류스타들도 그의 작품이었다.
 
엑소의 경우, 지금까지 이 회장과 SM이 쌓아왔던 아이돌 그룹 제작과 마케팅에 대한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물이란 것이 업계의 평가다.
 
크리스가 팀을 이탈한 뒤 엑소에게 주어진 시간은 1주일이었다, 이 시간 동안 안무와 동선 등을 나머지 멤버 11명에 맞게 다시 짜야 했다. 1회당 1만 4000여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콘서트였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체계화'와 '세계화'로 대표되는 이수만식 관리 시스템이 빛을 발했다. 엑소 콘서트의 총연출은 세계적인 안무가 토니 테스타가 맡았고, 그의 주도하에 짧은 시간 내의 재정비가 이뤄졌다. 실제로 엑소의 콘서트는 최근 몇 년간 열렸던 아이돌의 콘서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공연이었다. 팬들의 위치를 고려해 철저하게 짜여진 동선과 다양한 무대 장치를 통해 2시간여를 빈 틈 없이 채웠다.
 
◇팬들이 엑소를 위해 준비한 '이제부터 시작이야'라는 문구의 피켓.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SM이 소속 가수와 그들의 팬 모두가 하나 되는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 SM은 지난 2012년 가상 국가인 '뮤직 네이션 SM타운' 선포식을 열었다. 음악을 매개로 국가와 언어를 뛰어넘어 모두가 'SM타운'의 국민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SM은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소속 가수와 팬들의 결속력을 강화했고, 이 때문에 SM의 팬들은 ‘SM’이라는 소속사 브랜드 자체에 대한 충성도가 다른 소속사 가수들의 팬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엑소는 이번 콘서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등 소속사 선배들의 노래를 이용해 무대를 꾸미기도 했고, 팬들은 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크리스 사태를 계기로 외국인 멤버에 대한 가요 기획사의 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 하지만 SM의 경우엔 이수만 회장을 중심으로 유지해온 체계적인 매니지먼트와 팬 관리 시스템이 위기 관리 시스템으로까지 작동을 하면서 멤버 이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엑소의 리더 수호. (사진=SM엔터테인먼트)
 
크리스 사태가 터진 후 엑소의 팬들 사이엔 ‘12-1=11’와 ‘12-1=0’의 두 공식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그저 멤버 한 명이 빠졌을 뿐이라는 의견과 한 명이라도 빠진 엑소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하지만 콘서트를 통해 엑소가 증명한 법칙은 ‘12-1=12’이었다. SM의 시스템과 팬들의 변함 없는 성원이 ‘-1’을 메워버렸다.
 
엑소의 멤버들은 콘서트 마지막 날, “비온 뒤 땅이 굳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바로 그날, 엑소의 콘서트가 열린 서울엔 비가 내렸다. 그 시각, SM 측과 연락이 두절됐던 크리스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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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