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프타 가격, '날개없는 추락'..석화업계 울상
4년4개월 만에 최저치..원료가 인하 기대심리에 수요 정체
입력 : 2014-11-11 17:40:01 수정 : 2014-11-11 17:40:01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원료가 되는 유가가 한 달 새 급락세를 타면서 나프타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는 것.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재료비 부담은 덜게 됐지만,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로 수요정체가 발생하고 있어 실익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나프타 가격은 톤당 686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프타 가격이 톤당 700달러 이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0년 7월(톤당 624달러) 이후 4년4개월 만이다. 연중으로는 최저치다.
 
나프타 가격이 속절없이 추락한 데에는 원재료 가격의 급락 요인이 컸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과정에서 나오기 때문에 국제유가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회복 둔화와 수요부진,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공급증가,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내 도입 원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손익분기점 수준인 배럴당 80달러대 초반으로 곤두박질 친 상황이다.
 
나프타 역시 원재료 가격 인하의 여파로 지난 9월 톤당 900달러 선이 무너진데 이어 지난달에는 평균 가격이 톤당 741달러를 기록하는 등 한 달 새 무려 159달러나 빠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급과잉과 수요 감소도 발목을 잡고 있다. 유럽에서 남아돌고 있는 나프타가 아시아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여기에 여천NCC와 LG화학 등이 3분기 들어 나프타분해시설(NCC)에 대한 정기보수에 돌입, 수요가 감소한 것도 가격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수요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폴리에틸렌(PE)와 폴리프로필렌(PP)을 제외한 석유화학 제품 전반 가격이 내리거나 정체돼 있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나프타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도 덩달아 하락하고 있으며 일부 제품의 경우 원재료 가격의 낙폭을 앞찌르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등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가하락에 대한 기대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나프타 가격 역시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 이로 인해 나프타를 비롯한 석유화학 기초 원료 구매를 유예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보통 원료가격이 떨어지면 고객들이 제품가격 하락을 기대한다"면서 "원료 값이 떨어진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제품 가격이 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수요정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원재료 가격 부담은 덜었지만, 제품 가격도 함께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4분기에는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한 실정"이라면서 "당분간 수급 균형점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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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