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세무당국 실수·제도상 허점으로 세금 292억원 누수”
비상장주식 평가 잘못, 일감몰아주기 제도 허점, 양도소득세 미징수 등
입력 : 2015-12-10 18:01:57 수정 : 2015-12-10 18:01:57
세무 당국의 미숙한 업무 처리와 불합리한 자본거래 관련 세금제도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누수되고 있는 것으로 10일 감사원 감사결과 나타났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자본·금융거래 과세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약 한 달간 기획재정부, 국세청,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상대로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비상장주식 평가 잘못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 부족 징수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제도 관리 부적정 ▲제3자 배정방식 저가 유상증자에 따른 증여세 부족 징수 ▲가업상속재산 과다 공제로 상속세 부족징수 ▲상장법인 대주주에 대한 주식 양도소득세 미징수 등으로 총 292억원의 과소징수가 적발됐다.
 
구체적으로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13년 한 기업인이 상속받은 비상장법인 주식 5417주의 주당 주식가액을 정당한 가치보다 36만원 적은 58만원으로 잘못 산정해 12억3000여만원의 세금을 적게 징수했다. 반포세무서도 작년 한 기업인이 상속받은 비상장법인 주식 1만500주의 가치를 잘못 평가해 7억6000여만원을 징수하지 못했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서도 3개 기업이 특수관계에 있는 6개 기업에게 일감을 몰아줘 47억원의 증여의제이익이 발생했지만 국세청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또 2개 기업이 4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3억8000여만원의 이익을 적게 신고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인정했다.
 
여기에 일감몰아주기의 혜택을 입은 수혜법인이 일감을 몰아준 시혜법인을 합병할 경우 증여의제이익이 발생해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제도적인 허점도 발견됐다. 반대의 경우는 과세가 가능하다. 실제 지난 2012년 A업체는 특수관계인 B업체에 일감을 몰아줬지만 같은 해 11월 말 B업체가 A업체를 합병해 관련 증여세 27억원을 물리지 못했다.
 
양도소득세 징수에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역삼세무서 등 서울지역 4개 세무서는 본인과 그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100억원이상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그들 소유 주식들을 모두 합산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하지만 당사자에게만 세금을 부과해 52억2300만원을 징수하지 않았다.
 
그외에도 서울지방국세청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식 현물출자에 따른 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100억원을 징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 투자를 이유로 세금을 감면받은 외국계 기업이 폐업 신고를 하고 공장을 매각했는데도 감면받은 세금을 돌려받지 않아 42억원을 징수하지 못한 일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번에 밝혀낸 과소징수 사례에 대해 국세청장 등 해당 기관장들에게 추가징수와 함께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조치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 위치한 감사원 전경.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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