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1위 기준 '천차만별'
농협, 수익률·성장률은 1위…자산규모는 꼴찌
신한, 자산규모만 1위…수익률 1위 상품 전무
입력 : 2016-01-27 16:03:51 수정 : 2016-01-27 16:04:15
일부 은행들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상품별 수익률, 자산규모 등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준을 적용해 1등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면서 선두업체라는 신뢰성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27일 전국은행연합회가 공개한 퇴직연금 적립금(수익률) 비교공시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운용적립금(자산)은 전년보다 24.99% 증가했다. 이는 시중은행 퇴직연금사업자 중 가장 높은 성장 수치다.
 
다만 자산 규모는 6조4277억원으로 7개 주요시중은행(구 하나은행, 구 외환은행 자료는 단순 합계로 계산하면) 중 꼴찌였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 기간 자산 규모는 12조909억원을 기록하며 5년 연속 자산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품별 수익률은 타은행보다 저조했다. 개인퇴직연금(IRP)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연 1.69%로 7개 은행 중 6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IRP 원리금 비보장(2위) 확정기여형(DC) 원리금 보장(5위)과 비보장(4위), 확정급여형(DB) 원리금 보장(4위)과 비보장(5위) 등을 기록했다.
 
상품별 수익률 1위를 가장 많이 차지한 은행은 농협은행이다.
 
농협은행은 DC형 원리금보장과 비보장, IRP원리금 비보장, DB 원리금 비보장 등 6개 상품 중 4개 상품이 1위를 차지했다. 특히 DC형 원리금비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연 3.84%를 기록해 타 은행보다 1.5% 이상 수익률이 높았다.
 
상품별로 꼴지를 많이 기록한 은행은 우리은행과 구 외환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DC형 원리금보장 상품과 IRP원리금보장 상품에서 꼴지를 했다. 구 외환은행은 DC형 원리금비보장 상품과 IRP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에서 뒷문을 지켰다.
 
이처럼 은행권이 퇴직연금 시장 '1위'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급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이다.
 
퇴직연금 시장은 지난 2005년 퇴직연금제도 시행에 따라 급성장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는 11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연평균 74.1% 성장률이다. 이중 은행의 비중은 80% 이상이다. 가입자수 568만명에 달한다.
 
앞으로도 퇴직연금 시장의 규모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부터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300인 이상 중소기업까지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현재 30인 미만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가입률은16%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오는 2024년 퇴직연금시장이 4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 사적연금(퇴직 및 개인연금 포함)시장 규모가 현재의 377조원에서 2020년 591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 2005년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연금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은행별로 기업과 개인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기준을 만들어 홍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품별로 특화된 강점을 보유한 은행이 다른 만큼 개인 고객들은 자신에 맞는 상품에 따라 은행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전국은행연합회, 단위(억원/연 %)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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