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퇴직연금 대표상품, 자산운용 개선효과 있을까?
김성일 KG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
입력 : 2016-02-18 09:37:13 수정 : 2016-02-18 09:37:58
마침내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은 '퇴직연금 업무처리 모범 규준'을 개정해 '대표상품'을 도입했다. 대표상품이란 DC(확정기여형)·IRP(개인형 퇴직연금제도) 가입자의 운용지시에 있어 투자의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사업자가 구성해 가입자에게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상품이다. 단일 펀드가 가질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가입자에게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공하여 원리금보장상품 금리 하락에 따른 가입자들의 노후소득 불안정을 극복해 보고자 한 것이다.
 
대표상품은 가입자들이 실제 운용지시를 할 수 있는 공모형 집합투자증권 또는 실적배당보험으로 구성해야 한다. 대표상품은 위험과 수익구조 간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3가지 이상의 운용방법으로 구성해야 하며, 개별 운용방법의 적립금 비중은 전체 적립금의 100분의 50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것은 운용방법의 기대수익률, 투자위험(수익률의 변동성), 상관관계 등을 고려하여 구성돼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업자는 가입자들의 서로 다른 투자(위험)성향을 감안해 최대 3가지 유형의 대표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 투자성향을 5단계로 나눈다면 최대 15개의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대표상품의 도입 이유는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이래 적립금이 거의 대부분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DB(확정급여형)은 96.1%, DC 76.5%, 기업형 IRP 86.3%, 개인형 IRP 67.8%로 평균 89.1%로라는 압도적인 비율로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2010년 초반까지는 시중금리를 훨씬 웃도는 금리를 제공하면서 사업자들이 과당경쟁을 했다. 이 때는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2012년을 기점으로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원리금 보장상품의 금리는 급격히 하락했다. 원리금 보장 확정급여(DB)형 기준 은행·증권·보험사의 작년 2분기 운용 수익률은 연율로 2% 후반에서 3%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이것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역 마진의 함정'에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저금리 기조는 상당히 오래가고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금리의 급격한 하락상황에서도 원리금 보장상품에서 실적 배당상품으로 갈아 타는 움직임은 거의 없다는 것에 금융당국의 대표상품 도입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금융감독원 모범규준에서 제시된 대표상품에는 그 도입취지를 십분 이해해도 핵심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그것은 바로 자동투자 메커니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일정기간(예 : 90일) 머물게 되면 가입자에게 통보하고 자동으로 대표상품으로 투자되는 방안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흔히 이를 디폴트 옵션제도(자동투자대표상품)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자동으로 대표상품에 투자를 하게 되면 원리금 비보장상품이기 때문에 원금손실의 가능성이 항상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의 문제가 자동투자 대표상품 도입의 가장 큰 난제다. 아마도 금융감독원은 이를 피해 우선적으로 자동투자가 없는 대표상품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투자 대표상품제가 도입되면 연금자산이 주식과 채권 등으로 운용되는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금융투자자산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자동투자 대표상품 제도가 도입될 경우 퇴직연금 적립금 재산권 등과 관련해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고, 손실 등의 리스크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본 글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해답은 자동투자대표상품 도입에 앞서서 우선적인 '가입자 교육의 강화'이다. 현재처럼 서면교육에 의존하는 가입자교육을 가입자가 어떤 형태로든 질의·응답이 가능한 교육방법으로 변환되어야 한다. 즉 근로자에게 교육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되지 않을 경우는 교육이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입자 교육이 현실화되면 왜 대표상품으로 자동투자 되어야 하는지를 반복적으로 교육하고, 설득하고, 행동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와 같이 서면자료를 이용해서 가입자들의 적립금을 일정기간 경과 후에 대표상품으로 자동 투자할 경우 엄청난 제도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현재는 원리금 보장상품이든 대표상품이든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해 별다른 문제가 발생되지 않겠지만 감독당국은 퇴직연금 적립금운용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결국 자동투자 대표상품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고 이해라고 본다. 우리나라처럼 강하게 가입자 교육을 의무화해 놓은 나라는 찾아 보기 힘들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가입자교육이 만족할 만큼 되지 않는 나라도 드물다. 향후에는 어차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가입자들의 적립금이 운용될 것이다. 물론 교육이 된다고 가입자들이 투자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입자가 왜 자동투자 대표상품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는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된 이래 그렇게 가입자 교육을 정상화시키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끝내 높은 벽은 기업들의 교육중요성 이해 부족, 가입자들의 금융문맹 그리고 감독당국의 진지한 개선방향 모색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자동투자 대표상품을 하고 싶고, 해야만 하는 시점에서 대표상품이라는 새로운 포트폴리오 상품만 제공하게 된 것은 결국 가입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방법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퇴직연금제도의 진정한 진화를 위해 무엇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현재가 되었으면 한다.
 
김성일 KG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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