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세월호 침묵시위' 카카오톡 대화 압수수색 취소
"압수수색 일시·장소 안 알려…참여권 침해 위법"
입력 : 2016-02-25 10:23:40 수정 : 2016-02-25 10:23:40
법원이 2014년 5월 세월호 추모 침묵시위 '가만히 있으라'를 제안한 대학생 용혜인(26·여)씨에 대한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메신저 압수수색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용규 판사는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은평경찰서 경찰이 용씨의 카톡 압수수색을 벌인 것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용씨는 지난 2014년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과 관련해 검경의 수사를 받았다. 검경은 그해 5월12~21일까지 카카오 서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용씨의 카톡 아이디와 상대방과 나눈 대화 내용 및 사진 정보 등을 압수했다. 이후 검찰은 용씨에 대해 미리 신고한 장소의 행진이 끝났으면서도 참가자 150여명과 도로를 점거하고 연좌 시위를 한 혐의(일반교통방해 등)로 불구속 기소했다.
 
용씨는 집회시위와 관련해 재판을 받던 지난해 6월 "검경이 실시했던 압수수색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했다.
 
용씨는 "검경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일시와 장소를 알리지 않는 등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며 "카카오 법무팀에 압수수색 사본을 팩스로 전송했을 뿐 원본을 제시하거나 압수물 목록도 교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범죄 혐의와 관련 없는 자신의 사생활 대화 내용이나 대화방에 입장하기 전 또는 퇴장한 후 내용까지도 모두 압수됐다고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용씨 또는 변호인에게 압수수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지 않아 용씨 측이 압수수색 집행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대화 내용 등을 5~7일 정도만 보관하고 있으므로 증거가 사라질 위험이 있어 형사소송법상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압수수색 대상이 카톡 서버에 보관하고 있는 대화 내용과 계정 정보 등으로 용씨 측이 접근해 관련 정보를 은닉하거나 인멸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며 용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카톡이 관련 정보를 5~7일 동안만 보관하고 있다고 하나 검경은 영장이 발부되고 이틀이 지난 후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며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급박하게 이뤄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용씨의 카톡 압수수색은 위법해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014년 11월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열린 '공소장 조작, 인권침해, 회유와 협박 세월호 추모자 탄압고발 기자회견'에서 '가만히 있으라' 침묵행진 제안자인 용혜인(오른쪽) 씨가 검찰의 공소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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