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정기섭 "책임있는 정부라면 지원이 아닌 보상을 해야"
입주기업들 하루 아침에 '날벼락'…전면 중단으로 피해액만 8100억원
"입법 청원 운동, 국민 서명 등 보상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
입력 : 2016-03-14 10:41:40 수정 : 2016-03-14 10:41:48
지난달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의 4차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도발에 대한 특단의 조치였다. 정부 발표 직후 하루 만인 11일, 북한도 개성공단의 한국 인원들을 강제로 추방하고, 관련 물자들을 모두 '동결 조치' 하는 등 맞대응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성공단 입주 업체가 받았다. 기계 등 설비 및 제품, 자재는 물론 개인 물건조차 가져오지 못하고 발이 묶였다. 입주 기업들은 공단 폐쇄로 하루 아침에 8100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액과 더불어 개성공단 입주 업체에서 일하던 수천명의 일반 근로자들은 하루 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피해와 함께 억울하다는 목소리를 연일 내놓고 있지만 정부로부터는 그 어떠한 보상도 없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공동위원장은 하루 아침의 '날벼락'같은 일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책임 있는 정부라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합리적인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합리적인 보상을 위한 투쟁과 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정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와 대화를 지속하면서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선언한지 한 달여가 지난 오늘, '악몽같은 한 달이 흘렀다'는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공동위원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정기섭 비대위원장은 개성공단에 언제 진출해서 어떤 제품을 생산했나
 
입고 있는 옷에서부터 여러가지 품목을 만드는 제조업체로 2008년에 진출했다. 
 
-지난달 10일, 갑자기 '정부,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발표가 났을 때 심정이 어땠나
 
한마디로 '날벼락'이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했다. 한 개인도 아니고 영업기업까지 합하면 200개에 가까운 기업이다. 또 직접 종사자로 치면 2000명에 달하는 근로자가 있다. 수천명의 생계가 달린 일인데 그것을 정부에서 일방적인 정치적인 행위로 결정했다. 법 규정도 마련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법을 초월해서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 통영되구나'라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현실을 처음 느꼈다. 적어도 우리나라는 그 시간 이전까지 법치국가이고,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로써 민과 관이 엄격히 구분되는 사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개인들의 수많은 재산권을 침해하고 제한하는 결과가 왔다. 
 
-정부의 공단 가동 중단 결정이 잘못됐다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나
 
그렇다. 이해가 안되는 행위다. 이럴거면 2013년도에 합의는 왜 했나.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른 기업, 근로자 등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피해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현재까지 기업협회에서 자체 집계한 것을 보면 고정자산과 유동자산을 합해서 피해액이 8100억원에 이른다. 유동자산이라는 것은 원부자재, 완제품 등 못 가지고 나온 것들을 말한다. 그 외에 기업들 손실은 현재까지도 나도 있다. 생산활동을 하다가 갑자기 중단됐으니 부가가치 못올리고 당연한 것 아닌가. 거래선, 계약 불이행 등 물질적, 금전적, 비금전적 등 손실이 크다. 이 중에서도 영업권 손실이 가장 크다. 여기에 개성공단 근로자 협의회가 발표한 바와 같이 지난 2일 개성공단 근로자 2000명 가운데 80~90%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번에는 '전면 중단'이라 피해가 더 클 것 같은데
 
구정 연휴 때 갑자기 불러서 일방적인 전면중단을 통보했다. 3년 전 8.14합의 당시 남북이 어떤 정세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았나. 그런데 사전에 기업들과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남북 간 합의를 깬 건 물론 기업의 믿음마저 깨고 일방적으로 결정했으면 실질적인 피해에 대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최근 발표된 남북경협 기금 등 정부의 특별지원 대책에 대한 견해는
 
정부가 발표한 피해보상액 규모는 5500억원에 이르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이 쓸 수 있는 돈은 1400억원 정도에 그친다. 그 5500억원은 끼워맞추기 위한 구색에 불구하다. 전혀 기업과 상관없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수출금융 같은 게 그렇다. 어떤 금액으로 개성공단 기업을 도와주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지원보다는 본질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 국가 정책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그랬다면, 특히 그 조치가 더 정당화되려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힘 없는 중소기업인데 근로자 등 일방적인 희생으로 정부 정책이 정당화 될 수 있나. 피해와 손실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보전해주면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들이 납득이 안간다. 북한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핵 실험만 4번째, 장거리 미사일 실험은 6번째다. 2010년도에 핵 실험 한 후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할 때 뭐라고 했나. 어떠한 경우에도 남북이 정세 영향 안 받고 개성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했지 않았나. 그 때 없던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한 것도 아닌데, 이런 결과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3년 전 개성공단 가동 중단 때 보상은 어느 정도였나
 
당시에도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었고 총 1000억원 정도의 자금지원이 전부였다. 회사당 평균 8억원 정도인데 금리 2%로 2년 만기 대출해 준 게 전부였다.
 
-입주기업들이 요구하는 보상 범위는 
 
가장 기본적인 것은 투자 손실에 대한 보상, 압류된 자재 및 완제품 손실에 대한 보상, 그리고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이다. 
 
-정부와 보상 관련 협의하고 있나
 
아직 전혀 없다. 정부는 현재 계속 우리측에서 물어봐도 보상에는 전혀 언급 자체를 안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경영하는 기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긴급 지원부터 하고 나중에 보자'라는 정도로만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라는게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기에 우선 방향이라도 분명하게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데 그것에 대한 답은 전혀 안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이 요구한 손실액 보전에 대해 배상해야 할 법적 근거 법령이 없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견해는
 
사태 발발하자마자 여당, 야당 찾아가서 피해보전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 말했다. 그런 것은 특별법 형태로 입법이 되어야지 보상을 해줄수 있다. 왜냐하면 손실보상을 하려면 해당 법률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따라서 정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하려면 먼저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주 기업들은 배상을 위한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지만, 총선이 코앞인 데다가 배상 범위를 놓고 여야 입장이 갈릴 수 있어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도 피해보상이 제대로 안되면 입법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말이 있었고, 야당도 이에 대한 약속이 있었는데 믿고 싶다.
 
-개성공단 비대위의 향후 활동 방향은
 
정부에 적극적인 피해구제 보전대책을 요구했는데, 아직 그것에 대해 100% 안해준다는 말도 아니고, 해주겠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즉 아예 언급 자체를 회피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입법 청원 운동을 할 것이다. 또 거리에 나가서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서명도 받을 것이다. 특히 국민들이 정부 조치에 대해 정부에서 충분히 보상을 해준 것으로 잘못 알고 있던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릴 예정이다.
 
대담=권순철 경제부장
정리=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공동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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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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