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이세돌 탈퇴 논란, 본질은 기사회 정체성 확립
탈퇴 프로기사 기원대회 출전금지 규정도 우선 삭제해야
입력 : 2016-05-22 11:03:05 수정 : 2016-05-22 11:03:33
이세돌 9단이 한국기원 내 한국프로기사회(이하 기사회)의 정관에 상식에 맞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며 기사회를 탈퇴한 일로 바둑계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 이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의 유일무이한 조직인 기사회로선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이가 현재 최고의 바둑 스타인 이세돌 9단이어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양측이 어중간한 타협을 하지 않는 이상 기사회로선 이세돌 9단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그가 지적한 정관의 문제를 고치든지 아니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정관을 그대로 고수할 것인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사회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은 프로바둑계의 한 축인 기사회의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로서 단순히 이세돌 9단 개인과 기사회 사이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
 
1954년 설립되면서 국내 바둑의 프로단체로서 그 역할을 해온 한국기원은 1967년에 정관에 근거조항을 두고 기사회를 만들었다. 소속 기사의 품위 향상과 기력 연마를 촉진하고 한국기원 운영에 기사를 참여케 한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기사회는 프로기사의 자생적·자율적 조직은 아니며 한국기원 내부의 하나의 조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1970년 한국기원이 법적 성격을 사단법인에서 재단법인으로 변경했을 때 구성·운영과 사업에 있어서 재단법인 내 조직으로 맞지 않은 기사회도 함께 처리했어야 옳았다. 법인과는 별개의 독립적 조직으로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프로기사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해 시행했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기사회가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에 대하여 가입을 강제하고 탈퇴에 대하여는 용인하기 어려운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기사회가 내부규정(정관)으로 기사회에 가입한 경우에만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거나 관여하는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을 뒀는데, 한국기원이 이를 프로기사의 대회 참가 여부와 결부한다면 한국기원 소속이지만 기사회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한 경우에는 사실상 국내에서 프로기사로서 활동할 수 없게 된다. 소속 기사의 품위 향상과 기력 연마라는 기사회 설립 목적에 비춰 지나친 제약이다. 기사회 가입을 강제하고 탈퇴를 억제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기사회의 성격을 무엇으로 보든 직업선택의 자유 등 프로기사 개인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다.
 
한국기원과 기사회로선 프로기사의 기사회 가입 및 탈퇴 문제에 관한 이세돌 9단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인다면 수십 년간 이어온 기사회 조직의 틀이 깨질 수 있고, 기사회 위신과 위상의 추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프로기사에 대한 자신들의 통제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것이다. 반대로 이세돌 9단의 요구 사항을 거부한다면 규정대로 기사회를 탈퇴한 이세돌 9단이 한국기원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후폭풍이 어떨지 가늠하기 어려워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도 않을 것이다.
 
우선 기사회 탈퇴 프로기사의 한국기원 대회 출전을 금지하는 규정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기사회와 프로기사 내부에서 기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 기사회의 목적 및 사업 범위와 연관하여 프로기사의 단순한 친목단체로 남을 것인지, 프로기사의 권익과 복지 증진에 관한 이익단체로 활동할 것인지 말이다. 이러한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나서 정체성에 맞는 한국기원과의 관계 등 조직의 위상을 정리하고 내부규정 등 구성과 운영에 관한 내용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바둑 산업의 발전을 위한 여러 과제 해결을 위해 바둑계가 힘을 모아야 할 상황에서 이세돌 9단의 탈퇴로 제기된 기사회의 정체성 논란을 해결해야 할 이유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맥심배 우승을 차지한 이세돌 9단과 양건 프로기사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제17회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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