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공시 현 주소는)①실효성 논란 휘말린 공매도 공시 제도
"공시주체 안 드러나 한계"…"익명성 유지 필요" 지적도
입력 : 2016-07-19 15:00:00 수정 : 2016-07-19 15:00:00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공매도 공시제도 도입은 기존 액티브펀드에서 헤지펀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헤지펀드 상품군에 대한 몰이해에 바탕을 둔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이다."
 
국내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지난 6월30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공시제도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그는 "공매도는 고평가된 주식의 주가 하락을 통한 차익 실현과 절대수익펀드의 헤지 목적으로 활용된다"며 "두 경우 모두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 공시제도에 대해 비판적이다. 지난 6일 아고라에 올라온 '공매도 제도 폐지 청원' 글의 작성자는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공시 제도는 의미가 없다며, 아예 제도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을 했다. 19일 오전 10시45분 현재까지 총 2385명이 서명한 상태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공매도 잔고를 대량 보유한 개인·법인 투자자 또는 대리인이 공매도 잔고가 상장주식 총수 대비 0.5% 이상일 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제도다. 의무 발생 시점으로부터 사흘 내에 금융감독원에 보고해야 하며, 한국거래소는 금감원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장 마감 후에 공시한다.  

제도 실효성 논란…공매도 주체가 불분명하다?
 
공매도에 대한 엇갈린 시각만큼이나 제도를 둘러싼 의견도 다분하다. 공매도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공매도 주체가 드러나지 않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서는 대량 보유자 정보와 종목별·시장별 잔액을 공개하고 있다. 대량 보유자 현황에 따라 공매도가 많이 이뤄지는 종목에 대해 추측할 뿐이며, 어떤 기관이 어떤 종목을 얼마만큼 공매도 했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가 시행 첫날 세력의 대부분은 외국인 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 공시 현황'을 보면 지난달 30일 공시의무발생에 따른 공시대상자 총 17개사 중 공시건수 상위 8개사가 모두 외국계 증권사였다. 특히 모건스탠리가 압도적인 비중으로 나타났다. 
 
공시된 건수는 코스피시장 182건(120개 종목), 코스닥시장 232건(178개 종목)등 총 414건(298개 종목)으로 집계됐다. 
 
이중 모건스탠리는 코스피 94건, 코스닥 154건 등 총 248건의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 사실을 공시했다. 이어 메릴린치인터내셔날(34건),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28건), 도이치방크에이지(24건), 유비에스에이쥐(22건), 크레디트스위스 씨큐리티즈 유럽 엘티디(21건), 제이피모간(18건), 씨티그룹글로벌마켈리미티드(3건) 등으로 외국계 증권사가 상위를 차지했다. 
 
이는 외국계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들이 증권사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계약을 맺으면서 수수료를 받고 대행 업무를 하는 증권사가 공시를 통해 드러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제 공매도 베팅 주체와 대행사를 구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매도 주체를 드러내기 보다 정보공개의 익명성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 실장은 "투자자의 공매도 포지션 노출은 공매도 투자에 대한 상당한 부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실질적인 공매도 제한과 유사한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도 "현 제도에서 공매도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까지 제공하라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전체 공매도 현황 알려주는 지표 아냐" 
 
현재 시행 중인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는 롱(Long·매수) 펀드 규모가 큰 운용사의 경우 숏(Short·매도) 포지션을 통한 공매도가 발생해도 보고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매도한 자산운용사의 인덱스펀드·상장지수펀드(ETF) 규모가 커 해당종목의 기존 롱 포지션이 클 때 헤지·롱숏펀드 부문 숏 포지션을 통한 공매도가 발생하더라도 공매도 잔고 보고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전체 공매도 시장의 현황을 알려주는 지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공시 기준은 개별 펀드가 아닌 운용사 차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운용사들이 펀드에서 실시하는 운용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현재 공매도를 활용해 운용하고 있는 펀드들은 특정 종목에 치우친 대규모 공매도 보다는 적절히 분산된 숏 포트폴리로 구성돼 있어 공시 기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시에 따라 숏 포트폴리오 전략이 외부에 노출된다면 기업 접촉과 정보 업데이트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종목 숏 비중을 낮추는 등 가능한 공시 한도 내에서 숏 전략을 운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적은 중소형주보다 공시 부담을 덜 수 있는 대형주 위주의 숏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자금 유입으로 순자산가치(NAV)가 커지게 될 경우, 단일 종목에 대한 공매도 비중 제한이 생길 수 있어 소프트 글로징 등을 통해 자금 유입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공매도 거래비중 오히려 늘어 
 
공매도 거래비중은 공시제도 시행 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코스피에서 총거래금액 대비 공매도금액 비중이 4.69%를 기록하며 제도 시행 수준으로 회복했다.
 
최근 한달간 유가증권시장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을 살펴보면, 6월 초에는 6~7% 수준을 기록하다 제도 시행 시기가 가까워지자 감소세를 나타내며 시행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에는 3.51%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공시 제도 시작 이후에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30일(3.98%), 1일(3.79%),4일(4.63%), 5일(4.45%), 7일(5.27%), 11일(5.53%), 13일(5.62%), 15일(4.69%) 등을 기록했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매도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대차잔고의 경우 지난달 30일 59조원대로 떨어졌다가 지난 6일 저점(58조9202억원)을 기록한 후 꾸준히 증가 추세다. 15일 기준 대차잔고는 60조885억원을 기록했고, 공매도 공시 종목도 지난달 30일 414개에서 지난 15일 437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공매도 공시제도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전균 삼성증권연구원은 "최소 3개월 정도 지켜봐야 제도의 효과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며 "공매도 공시가 된 종목들의 가격변동성 완화와 같은 정보를 공개해 종목들이 적정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빨리 움직이는지를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공매도 공시제도는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투자자들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와는 달리 공매도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 등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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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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