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거쳐 IoT 시대로"…글로벌 합종연횡 활발
소프트뱅크-ARM 초대형 M&A로 관심 고조…스타트업 인수·협의체 결성 등 생태계 구축 주력
입력 : 2016-07-19 17:17:07 수정 : 2016-07-19 17:17:07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글로벌 IT업계에 대형 딜이 등장했다. 일본의 통신기업 소프트뱅크가 영국의 반도체 칩 설계기업 ARM을 인수키로 한 것. 인수 배경으로는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사물인터넷(IoT)이 꼽힌다. 2020년 1조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IoT를 높고 기업들 간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졌다.
 
기업들은 자체적인 기술과 서비스 개발은 물론 유망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수에도 적극적이다. 시장조사기관 451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서 IoT와 연관된 인수합병(M&A) 건수는 90건으로, 5년 전보다 5배 급증했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경쟁사와 손을 잡는 것도 주저치 않는다. 구글, 퀄컴, 인텔, 삼성전자(005930) 등 주요 IT 기업들은 IoT 기술 표준 설정과 정책 주도를 위해 협력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ARM을 234억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의 역대 M&A 중 최대 규모다. 소프트뱅크가 ARM을 점찍은 배경에는 IoT가 있다. 애플의 A9, 삼성전자의 엑시노스7 시리즈,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 모두 ARM의 설계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세계 스마트폰의 95%, 태블릿PC의 85%,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90%에 ARM이 설계한 칩이 탑재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모바일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하드웨어 기업이 지불하는 로열티가 주 수입원인 ARM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9억6830만파운드. 이중 40%에 이르는 4억610만파운드가 영업이익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노림수도 이곳에 있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다양한 기기에서 반도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손 사장은 "PC, 인터넷, 브로드밴드에서 스마트폰 모바일 시대를 거쳐 IoT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며 "이번 인수는 IoT 시대를 주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IoT는 새로운 기회이고, 이 시장에서 ARM의 성장 여력을 감안하면 인수가격은 결코 높지 않다"며 "내 인생에서 가장 흥미로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ARM을 234억파운드에 인수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연설 중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의 모습. 사진/뉴시스·AP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가 구글, 아마존 등이 주도하고 있는 IoT 시장의 새로운 공룡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ARM이 모바일용 칩 설계에 독보적이라는 점 외에도 지난 수년간 IoT 영역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ARM은 지난 2013년 IoT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 센시노드 인수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게임용 그래픽 기술을 보유한 지오메릭스를 사들였다. 이듬해에는 시스템온칩 설계 자동화 툴을 개발한 듀오로그테크놀로지도 품에 안았다. 지난해에도 IoT 보안 전문 기업 오프스파크와 블루투스 기술 업체 와이센트릭, 저전력 블루투수 무선IP 기업 SMD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2014년부터는 구글이 주도하는 IoT 규약 컨소시엄인 '스레드그룹'에도 참여 중이다. 
 
현재 IoT 시장의 강자는 구글이다. IoT의 대표격으로 불리는 스마트홈 영역에서 하드웨어 업체들을 흡수해 덩치를 키웠다. 온도조절장치 제조기업 네스트랩스와 인터넷 감시카메라 업체 드롭캠 인수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열린 연례 개발자컨퍼런스 '구글I/O 2016'에서는 음성인식에 기반을 둔 새로운 IoT 브랜드 '구글홈'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기업 중 IoT 시장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IoT 정책 포럼'을 통해 IoT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인간 중심의 IoT'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에 나선 권오현 부회장은 "향후 4년간 IoT 스타트업 인수합병과 관련 기술 개발에 12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GIC(Global Innovation Center), SRA(Samsung Research America) 등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조직이 프로젝트의 중심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IoT 개방형 플랫폼 개발 업체 스마트싱스,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업체 프린터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등을 잇는 IoT 유망주 찾기에도 매진하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인텔과 함께 IoT 정책을 논의하고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에게 조언을 하는 '국가 IoT 전략 협의체'를 설립키로 했다. 권 부회장은 "IoT가 가져오는 혁신적 효과가 확대될 수 있도록 인텔과 정보기술협회 등 관계자들과 적극 협력해나가겠다"며 "IoT 본격화를 위해서는 개방과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IoT 기술 표준을 정하기 위한 '오픈 커넥티비티 파운데이션(OCF)'에 함께 참여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시스코, 퀄컴 등도 회원사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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