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의 스포츠란)박태환 리우올림픽 결과에 책임질 사람들은 없나?
입력 : 2016-08-11 16:03:53 수정 : 2016-08-11 16:03:53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경기 결과가 안타깝다. 자유형 400미터, 200미터에 이어 100미터도 조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급기야 1500미터는 준비부족을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스포츠에서 순위나 승패라는 결과가 최고의 가치는 아니라하더라도 지난 여러 국제대회에서 세계 최고 선수의 한 명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했던 그였기에 그를 응원했던 사람들의 아쉬움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도핑 징계 기간만료 이후 국가대표 선발 논란과 일부에서 제기하는 '약쟁이'라는 비난 속에서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탓에 그러한 오명을 말끔히 씻어줄 성적을 기대했던 국민들에게는 안타까움이 클 것이다. 그러나 박태환 선수 본인보다 상심이 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도핑 징계로 올 초까지 18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훈련을 한 사정과 도핑 선수라는 낙인으로 인하여 겪었을 정신적 문제는 그가 리우올림픽에 출전하는데 상당한 심신상의 장애가 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박태환 선수가 그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였음을 보여줬다. 명예회복의 기준을 뭐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과만을 놓고 보면 박태환 선수의 명예 회복은 이뤄지지 않았다. 더군다나 부상이 아닌 준비 부족을 이유로 1500미터 출전을 포기한 그의 선택에 대해 일부에서 부정적 평가를 하고 있는 점에서 이번 리우올림픽이 그의 선수 경력에 오점으로 남지 않을지 우려된다.
 
리우올림픽말고 2017세계수영선수권대회·2018아시안게임을 명예회복 기회로 삼았어야
 
박태환 선수에게 이번 리우올림픽은 어떤 의미였던가? 박태환 선수 측이 그간 얘기했듯이 리우올림픽 출전은 그에겐 명예회복의 기회였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메달을 따지 못하더라도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보여 그의 지난 올림픽 등 대회에서의 결과가 떳떳한 것이었음을 국내외적으로 확인을 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태환 선수 본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기록도 그가 몇 달 전에 세운 것보다 저조했다. 1500미터 포기가 말해주듯이 올림픽 출전의 심리적 동기도 소멸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이번 리우올림픽은 박태환 선수에겐 얻은 건 없고 잃은 것만 있는 대회였다.
 
여기서 나는 박태환 선수의 리우올림픽 준비부족이 사실이라면 박태환 선수가 꼭 리우올림픽에 출전했어야 했나라는 아쉬운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도핑 징계 종료 후 그가 세운 기록을 잘 살펴보면 리우올림픽에서는 내세울 만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리우올림픽에서의 저조한 경기 결과가 사회적으로 심리적으로 그에게 줄 악영향의 가능성을 고려했다면 리우올림픽보다는 내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2018아시안게임을 겨냥하고 이에 맞춰 훈련 및 대회 스케줄을 잡아야 했다. 나는 칼럼 등을 통해서 박태환 선수가 세계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도핑 징계를 받기 이전부터 국가대표선발규정의 이중처벌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올 초 박태환 선수 징계가 풀리고 국가대표선발 논란이 일 당시에 리우올림픽 출전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다만 당시 분위기상(?) 위와 같은 생각을 칼럼의 글로 옮기지는 못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박태환으로 하여금 무리하게 올림픽 출전토록 한 사람들은 반성해야
 
물론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리우올림픽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올림픽이라는 가장 큰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자체가 경기력 회복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태환 선수에게 리우올림픽이 첫 올림픽도 아니고 박태환 선수가 경기력 회복을 위해 출전할 수 있는 국제대회는 올림픽 말고도 많다. 문제는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하면 이번처럼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가대표로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지만 심신상 출전하기 어려운 사정 등 불가피한 경우에도 선수에게 출전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처사는 아니다.
 
문제는 박태환 선수가 스스로 리우올림픽 출전을 원해서 국가대표 선발 논란 속에서 어렵게 출전하게 됐는데, 과연 박태환 선수 주변에서 박태환 선수에게 출전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출전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거나 박태환 선수에게 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리우올림픽이 마지막 대회가 아니라면 당시 박태환 선수의 심신 상태를 잘 살피고 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여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를 고민했어야 했다. 리우올림픽 출전이 여러 면에서 의미가 없다고 판단되었음에도 박태환 선수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고, 반대로 리우올림픽의 이번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는 능력 부족을 드러낸 것이다.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요구했던 사람들 모두는 아니겠지만 일부 그토록 유별하게 출전을 주장했던 사람들도 과연 박태환 선수의 권익과 장래를 위해서 했던 것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자문이 필요한 대목이다.
 
박태환 선수 개인의 문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 볼 수 있다. 그러나 국내 엘리트스포츠계를 둘러싼 제반 환경을 봤을 때 이번 박태환 선수의 사태처럼 선수 육성과 관리 측면에서 잘못된 사례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다. 박태환 선수의 2018 도쿄하계올림픽 도전을 시사하는 언론 인터뷰 발언도 주변에서 기획한 마케팅용 립서비스가 아니길 바란다. 리우올림픽 결과에 화가 나고 '악'에 받쳐 나오는 생각이길 바란다. 도쿄올림픽보다 당장 내년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관건이다.
 
장달영 변호사·스포츠산업학 석사 dy6921@daum.net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역영을 펼치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는 박태환.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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