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승자·패자 모두 승복하는 선거문화 정착에 힘 되길”
“표 행사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관리되는지 잘 살펴야”
입력 : 2017-04-27 06:00:00 수정 : 2017-04-27 06:00:00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통해 승자와 패자가 모두 승복할 수 있는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에요” 부정선거감시단체 ‘시민의 눈’ 의 권성선 대변인은 단체의 활동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시민의 눈 은 시민이 중심이 된 국내 첫 전국단위 부정선거감시단체다. 지난 해 4·13 총선을 앞두고 발족돼 총선 당일 치열한 감시활동에 들어갔다. 그 결과 시민의 눈이 활동한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부정선거 시비 논란이 현저히 줄었다. 시민 참여로 선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권 대변인은 “선거에서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킹이나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의 부정선거 의혹과 4·13 총선 활동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촛불 대선’에는 시민 4만여명이 전국적으로 활동한다.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기 위한 선거와 투표제도를 권대변인과 함께 짚어봤다.(편집자주)
 
 시민의 눈은 어떤 단체인가.
 
‘내 지역구는 내가 지킨다’는 목표 아래 선거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인 시민들이 모인 부정선거감시단체다. 대한민국 최초로 전국단위 선거절차를 감시하는 단체로 지난 4·13 총선 때 처음 만들어졌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를 바라는 시민들이 선거의 전 과정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거소투표와 사전투표, 본투표, 개표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절차상의 부정이 개입될 수 없도록 차단하려고 한다. 현재 251개 지역에 시민의 눈이 조직돼 있고, 지역마다 접주와 총무 등 책임자가 선정돼 있다.
 
모임은 어떻게 운영되나.
 
서울에서 시민의 눈 살림꾼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20명 정도되는데,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다.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가정주부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하다. 다들 별도의 시간을 내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다. 그러다 보니 회의나 교육준비를 하면 저녁늦게 시작해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별도 사무실도 없어서 커피숍에 모여서 준비를 해왔다. 다행히 한 달 전부터
사무실이 마련됐다. 비용적인 부분도 부담이 있긴 하다. 사무실 임대비용부터 거리 서명 홍보지, 교육자료집, 회원증 발급, 지방교육 출장비까지 모든 걸 사비로 해결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일정 부분은 소셜펀치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을 받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불신이 팽배한 사회에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허술함이 있는 것 같다. 예를들면, 사전투표함 보관소 같은 경우 각 지역선관위에서 보관한다. 보관소에 CCTV가 있다고는 하지만 정지된 화면이라 화면을 조작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시민들이 불안해한다. 투표소에서 개표장으로 투표함을 옮기는 경우도 투표함을 제대로 옮겼는지에 대해서도 불안하다. 혼표가 존재하는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권성선 시민의 눈 대변인이 인터뷰 후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조용훈 기자

사전투표의 부정선거 가능성이 계속 지적된다.
 
사전투표의 한 형태인 거소투표제도는 선거법상 참관인이 있어야 하지만 홍보가 부족해 대다수의 거소투표소에서 참관인이 없이 투표가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이런 부분을 악용해 지체장애인분들에게 특정인의 당선을 유도하기도 한다. 따라서 선관위의 적극적인 홍보로 거소투표소에도 참관인이 참관하는 상황에서 투표를 시행해야 한다. 이번 19대 대선 때는 시민의 눈이 거소투표 참관인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선상투표는 배에서 진행하다 보니 사실상 참관이 어렵다. 선거결과는 보안 팩스를 통해 전달되는데, 우선은 거기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4.13 총선 때 활동은 어땠나.
 
큰 성과를 얻었다.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투표함을 지켰고, 투개표 참관인으로도 직접 참여했다. 당시에는 인원, 시간 모두 부족해 선거구 100개 중 20개는 집중 감시 선거구로 선정하고, 또 다른 10개는 암행감시 선거구로 선정해 하루 24시간 4박5일 동안 시민 3500여명이 치열하게 감시했다. 그 결과 감시 지역에서는 부정선거 시비 논란이 감소하는 등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결과를 담보할 수 있었다.
 
민간단체로서의 한계는 없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 중앙선관위의 2차례 간담회를 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전에는 누군가 개표과정을 촬영하거나 유심히 지켜본 경우가 없어서 일부 마찰이 있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선관위도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핵심 요구사항은 사전 투표함 보관소 옆에 시계를 놓게 해달라는 것이다. CCTV가 고정된 상태로 한 곳만 촬영해서 얼마든 조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관위는 시계가 폭발할 수 있다며 안 된다는 입장이다.
 
영화 ‘더 플랜’에 대한 감상은.
 
‘더 플랜’에 나오는 투표지분류기 시연에 참석해 실제로 지켜봤다. 개표조작이 너무나 쉽고 간단했다. 소름이 끼쳤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이 개표에 관심을 가져 보다 공론화돼 제대로 된 개표시스템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한다.

선관위는 공정선거에 저해된다고 평가했다.
 
시민의 눈은 선거를 방해하거나 선관위를 모략하는 단체가 아니다. 철저히 선거질서를 바로잡고,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를 통해 승자와 패자 모두 승복할 수 있는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길 원하는 단체다. 선관위에서는 투표지분류기를 폐기할 수 없고, 절차를 바꾸기도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시민의 눈은 계속 요구할 것이다. 개표 이후 사회적 혼란을 막고 더 나아가 개표시스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투표지분류기 사용을 재고해야 한다.
 
이번 대선 참여 참관인은 어느 정도인가. 
 
최소한 7만명의 시민들이 함께 해주셔야 완벽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4만명 정도가 신청을 해주셨다. 하지만 지역 편차가 크다. 서울 수도권 같은 경우는 많은 분들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경북지역 같은 경우는 아직 부족하다. 울릉도도 1명뿐이다. 이미 참관인 신청을 하신 분들은 지역별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미 3차례 교육을 진행했고, 오는 30일 마지막 교육을 준비 중이다. 선관위를 통한 개표참관인 모집은 끝이 났지만 정당 참관인 지분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만약 투표참관인으로 참가하지 못한다면, 개표 관람인이라는 제도도 있다. 개표 공간에는 들어갈 수 없지만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지켜볼 수 있다. 이번 대선에는 더 많은 시민이 함께 해 주시길 바라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지금껏 정치를 외면해왔기 때문에 ‘최순실 게이트’ 같은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것 같다. 단순히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후보가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로 적합할지 충분히 고민해서 1표를 행사하길 바란다. 나아가 자신의 1표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 끝까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4일 오후 2시 서울 충정로 벙커1에서 제1차 시민의 눈 개표참관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시민의 눈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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