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국지'로 소통한 한중일 정상회의
입력 : 2019-12-26 06:00:00 수정 : 2019-12-26 06:00:00
이성휘 정치사회부 기자
제8차 한일중 정상회의(통상적으로는 한중일이라 부르지만, 의장국 순서에 따른 공식명칭)가 열린 중국 쓰촨성 청두, 독자들에게는 사천성 성도라는 명칭이 더 익숙할지 모르겠다. 중국의 고전소설 '삼국지연의'에서 등장하는 촉나라의 수도로, 유비와 제갈량의 무덤이 남아있는 곳이다.
 
24일 삼국지의 도시에서 한중일 삼국의 외교전이 펼쳐졌다. 물론 1800여년 전 당시 위촉오 3국의 전쟁처럼 영토를 두고 창칼과 화살이 오가는 전쟁은 아니다. 그렇지만 각 국의 외교 관계자들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걸고 합의문 문구 하나하나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다는 점에서 과거와 그 본질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중일 3국 정상은 각종 사안마다 자신들에게 중요하고 필요한 분야를 앞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협조 요청과 함께, 한중일 3국이 '가치사슬'(글로벌 밸류체인)로 엮인 경제적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분히 중국의 '한한령',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염두에 둔 메시지다.
 
중국 리커창 총리는 '자유무역질서에 기반한 3국 협력 심화'를 이야기했다. 현재 무역분쟁 중인,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의 차별화 시도다. 리 총리의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를 가지고 있고 소비 수요가 아주 크다", "거대한 시장의 우세를 발휘하려 한다"는 말에서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중일 인적교류'를 강조했다. 이제 몇달 남지 않은 2020년 일본 도쿄 하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한 메시지다. 특히 아베 총리의 "정부 사이가 어려움에 직면하는 시기가 있어도 민간 차원에서 교류를 계속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는 발언이 흥미롭다. 역설적으로 우리 국민들의 일본 불매운동 '노 재팬(NO JAPAN)'의 효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흔히 외교를 전쟁과 비교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은 존재한다. 전쟁이 누군가 얻는 만큼 반드시 누군가가 잃게 되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라면, 외교는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참여 당사자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윈윈'(win-win) 게임이 될 수가 있다. 상대방이 이익을 보는게 싫다고 어깃장을 놓다간 모두의 피해만 커지게 된다. 
 
한중일은 과거에도 이웃이었고, 앞으로도 이웃인 관계라는 것을 서로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은 한중일 정상회의가 서로를 배려하며 참여국 상호이익을 모색하는 국제협업의 모범적인 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청두=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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