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니면 살 곳 있나"…격화하는 '송현동 갈등'
'거미줄' 탓에 매수자 찾기 쉽지 않아…"대화로 풀어야"
입력 : 2020-06-22 06:02:11 수정 : 2020-06-22 06:02:1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이 매각을 추진 중인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송현동 땅은 여러 규제가 얽혀 있어 서울시 외에 매수자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양측이 소모적인 신경전을 자제하고 협의를 통해 적정한 매각가와 보상 방식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21일 항공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를 놓고 땅 주인 대한항공과 매입을 원하는 서울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 노동조합과 인근 지역 주민까지 공원화를 반대하면서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 소유 송현동 부지는 3만6642㎡ 크기로 서울광장 3배 규모에 달한다. 위치 또한 경복궁 옆에 있어 이른바 '금싸라기 땅'으로 불린다.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대한항공은 올해 초 이 땅을 내놨는데, 서울시가 매입해 공원화하겠다고 밝히며 다른 매수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서울시가 개입하면서 매각에 차질이 생긴 것은 맞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애초에 매수자를 찾는 게 쉽진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위치 이점은 뛰어나지만 여러 규제 때문에 20년 넘게 방치돼온 역사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종로구 소재 송현동 부지. 사진/서울시
 
대한항공도 이 부지에 한옥형 특급호텔 건립을 추진했지만 주변에 풍문여고, 덕성여중·고 3개 학교가 있어 결국 무산됐다. 높은 건축물을 지을 수도 없다. 1종 일반주거지역이자 보호구역이어서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같은 16m(3~4층 높이) 이하 건물만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복궁 옆에 있어 문화재 보존영향 검토대상 구역이며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라 개발 시 문화재청의 관련 심의도 통과해야 한다. 이전 주인이었던 삼성생명도 여러 규제 때문에 미술관을 짓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대한항공에 이 땅을 팔았다.
 
서울시가 공원화하겠다고 나선 만큼 향후 개발을 위한 인허가를 받는 것도 난항이 예상된다. 송현동 부지는 특별계획구역이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은 후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지난 11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 송현동 수의계약을 반대하는 대한항공 노조. 사진/뉴시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위치는 좋지만 제약도 많은 땅"이라며 "서울시가 사겠다고 나선 마당에 눈치 보여서 나설 기관이나 기업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대한항공에 따르면 15곳이 송현동 투자설명서를 받아 갔지만 예비입찰에는 단 한 곳도 나서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소유주인 대한항공과 협의하고 보상비도 향후 감정평가에 따라 책정할 것"이라며 "대한항공에 협의를 요청하고 있지만 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일방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서울시는 송현동 보상비로 4671억원을 책정하고 이를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나눠서 주는 안을 발표했다가 거센 반발에 지급 시기를 앞당기는 안을 다시 검토 중이다. 하지만 보상 방식 외에 규모를 두고도 입장 차이가 커 양측의 갑론을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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