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교권 추락한 학교 현장,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 2022-12-01 06:00:00 수정 : 2022-12-01 06:00:00
기자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선생님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새 학기에는 수많은 학생들 중 내 이름을 선생님께 각인시키고자 노력했고,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보다 나를 좀 더 친근하게 대해주면 친구들 사이에서 우쭐댈 수 있었다. 지금과는 달리 체벌이 있었던지라 매를 맞는 경우도 있었지만 별다른 앙금 없이 쉬는 시간이면 선생님과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는 했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렇지는 않았으나 기자와 같은 학생이 더 다수에 속했다.
 
기자가 학교를 졸업한 지 10년 이상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학교 현장 역시 그런 듯하다. 취재 차 선생님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본인이 알던 학교가 맞나 싶다. 한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학생에게 집중하라고 한 마디 하니 기분 나쁘다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교실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또 다른 선생님은 학생들끼리 다투는 걸 말리다가 욕설을 듣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보다 더한 일도 기사를 통해 접했지만 굉장히 특별한 경우인 줄만 알았다. 언제부터 선생님을 무시하는 일이 이렇게 흔해졌단 말인가.
 
대다수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제재할 마땅한 수단조차 없는데 통솔하고 지도해야 하니 곤욕도 이런 곤욕이 없다고 호소한다. 특히 최근 2~3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지 않고 원격수업만 들어 사회성을 기를 기회가 없었던 만큼 대면 수업이 재개된 올해가 더욱 힘들다고 한숨 쉬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매년 2400여건 이상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이뤄진 2020년(1197건)과 2021년(2269건) 외에는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 등 매년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596건의 교육활동 침해가 있었다. 그 유형은 지난해 기준 모욕·명예훼손이 56%로 가장 많았고, 학생에 의한 상해·폭행의 비중도 11%나 됐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마라는 옛 성현들의 말씀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듯하다.
 
이러한 교권의 추락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학교 현장이 기피하는 일터가 됐다는 점이다. 선생님들 말을 들어보면 예전에는 학교에서 며칠이나 몇 달 정도 잠깐 수업할 사람이 필요할 때 굉장히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코로나19 확진으로 갑자기 수업 대신할 사람을 구하고자 하면 쉽지 않다고 한다. 사범대 학생 등 기존에 해당 일을 하던 사람들이 학교에서 일하는 걸 기피하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을 다루는 일을 하느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고 한다. 어쩌다 학교 현장이 이렇게까지 무너졌는지 참담한 심경이다.
 
교육부는 지난 29일 중대한 교권 침해 행위를 한 학생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권 침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이는 학생을 제재할 수단이 생겼다는 점에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진정한 교권 회복이 이뤄지려면 먼저 밑바닥까지 떨어진 학교와 선생님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무시 받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 수 없다.
 
장성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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