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소송 기류 반전…2심 '주식가치 산정 오류 인정' 영향
법조계 "2심 경정, 잘못된 주가 계산…판결을 잘못한 것"
"초기자본 형성 기여도 중요 판단 영역…10배 오류 큰 실수"
"노태우 비자금, 법리상 부당이득…판례에 시드머니 권한 인정 안해"
"2심 재판부 의지 많이 반영된듯…상고 가면 바뀔 가능성 배제 못해"
SK 측 '100배 왜곡' 이슈화…'SK 배수진'으로 대법서 겨뤄볼 사안 평가
입력 : 2024-06-20 17:05:14 수정 : 2024-06-20 17:31:34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소송을 두고 재계와 법조계의 기류가 바뀌고 있습니다. 당초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 우호적인 여론이 컸으나, 2심 재판부에서 '주식가치 산정 오류'를 인정하면서 분위기가 변하는 모양새입니다. SK 측에서도 이점을 강조하면서 상황 반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SK는 21일까지 상고장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20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특히 '초기 자본 형성 기여도'가 재산분할 과정의 중요한 판단 영역이라는 점에서 최 회장 측이 유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최태원 SK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연합뉴스)

"상고로 가면 바뀔 가능성 배제 못해"
 
가사소송을 주로 맡는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오류를 수정하면서도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으나, 잘못된 추론을 통해 주식 가치나 기여도의 왜곡이 나온 것 아니냐"면서 "왜곡 문제 하나로 재산분할이 1조원대로 유지될지, 1000억원대로 내려앉을지 중차대한 일이 돼버리는데, 단순 오류로 보기에 최 회장 측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상고로 가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부연했습니다.
 
다른 변호사도 "초기 자본의 형성 기여도라는 중요한 판단의 영역의 문제"라며 "10배를 틀리게 산정한 건 큰 실수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다시 작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 "항소심에서 경정했다면 실제로 바꿀 만큼의 오류가 있었다는 의미"라며 "주가 산정의 왜곡이 결국 가사소송에 영향을 미쳐서 법리적 오해가 있다는 최 회장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재산분할 액수는 크게 뒤바뀔 수 있다"고 했습니다.그러면서 "도리어 (최 회장에게 유리하게 나왔던) 1심이 더 적절한 판결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노 관장의 기여분이 당초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었다는 점에서도 다툴 여지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변호사는 "법리상 부당이득과 관련돼 우리 판례는 전용물소권을 부정한다"면서 "사실상 시드머니가 비자금이라는 점에서 부당이득이라는 성격이 있다. SK가 이를 시드머니 삼아 자금을 불렸다고 해도, 우리 판례에는 시드머니에 대한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재산분할은 재판부의 전권상황인데, 이번 경우는 재판부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듯한 판결"이라며 "'SK가 정경유착으로 인해 성장했다, 비자금과 연루됐다'는 식의 자의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간 판결로 해석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재산분할은 가사비송사건에 해당한다. 쉬운 말로 입증이 별로 필요하지 않고, 재판부의 전권사항으로 재량이 더 많이 작용한다는 의미"라면서 "정성적인 부분이 작용했을 공산이 크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재판부의 경정이 단순 오기의 문제를 넘어서서 재산분할의 산술의 근거가 돼버리면 단순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며 "천문학적 재산분할 액수가 나왔는데, 기준을 100원에서 1000원으로 잘못 잡고 계산한 것이라면 누구 하나는 10배의 가치가 돼 재산분할 금액이 올라가고, 누구는 10배가 다운되는 제로섬 게임이 돼버린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주가 계산 문제가 재산분할의 판단의 근거라면 이것은 경정 대상이 아니라 판결을 잘못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서울 종로구 SK본사 주변 모습.(사진=연합뉴스)
 
대법서 적극적으로 다툴 여지…최 회장 "명백한 오류, 상고 결심" 
 
때문에 대법원이 법률심을 판단한다는 점에서 2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적잖았으나, 최 회장 측의 반격으로 대법원에서 해당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퉈볼 수 있다는 기류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서울 종로 SK서린사옥에서 열린 설명 자리에 직접 참석해 "재산 분할에 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경정 대상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다투고 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됐다는 것 자체가 무조건 상고 이유"라며 "10배를 틀리게 산정한 건 너무 큰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역시 "비용만 산정해서 나눠주면 되는 게 이혼 사건의 끝인데, 이번 사건은 국민의 혈세인 비자금 문제까지 엮어있어서 별도 소송이나 환수 문제까지도 대두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엮인 것들이 많아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고, 대법원에서도 이에 대한 고려까지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생활 이슈에 최 회장이 직접 나와 입장을 밝힌 것은 그룹의 이미지 훼손을 막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재산분할로 인한 그룹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게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세기의 이혼'이라고 불리는 중대한 이슈를 고법이 세심하게 들여다보지 못했단 점에서 '흠결 있는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듯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SK 입장에서 상고를 앞두고 배수진을 친 것이 초반 여론의 승기를 잡은 모양새"라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최 회장은 노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에서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 1조3808억원 지급을 판결 받았습니다. 지난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입니다.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재산 분할하게 될 경우 재계 2위인 SK그룹의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반격 논리로 최 회장 측은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로 SK가 성장했다는 주장을 꺼내 들었습니다. 때문에 최 회장의 경영 능력에 따른 그룹의 성장은 적으며, 노 관장의 기여분 역시 작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1998년 5월 대한텔레콤의 주당 가격을 100원으로 평가를 했지만 실제로는 주당 1000원이라는 게 SK 측 주장의 요지입니다. 2심 재판부가 주식 가치 상승 기여도를 최 선대회장 12.5배, 최 회장 355배로 봤는데, 새로운 계산 적용 시 최 선대회장 125배, 최 회장 35.6배로 계산하면 '100배의 왜곡'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재판부가 재산분할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SK의 주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SK 측은 지난 17일 전격 기자회견을 열고 '치명적 오류'가 발견됐다며 반격을 시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 관장 측은 "개인 송사에 SK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차라리 판결문 전체를 공개해 국민들이 그 당부를 판단토록 하는 방안에 대해 최 회장이 입장을 밝히기를 희망한다"고 맞섰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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