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걸음질 친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
누적 수주 1조 달러 목표 '가시밭길'
입력 : 2024-07-15 16:31:09 수정 : 2024-07-15 17:40:19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상반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중동 지역에선 선방한 반면 다른 지역에선 저조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한 올해 누적 수주규모 1조달러 달성은 녹록지 않을 전망입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 분위기 반전을 이룰지 주목됩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 234개사는 총 79개국에서 296건, 155억8000만 달러의 수주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172억9000만 달러와 비교해 약 10% 감소한 수치입니다. 지역별 살펴보면 중동이 64.4%로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북미·태평양(14.6%), 아시아(14.0%)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국가별로는 사우디가 52.3%, 미국이 14.4%, 카타르가 8.0%였습니다. 중동에서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이어졌지만, 다른 지역에서 수주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북미·태평양 지역은 국내 제조사의 신규 발주가 줄면서 수주액이 전년 대비 55% 감소했습니다. 2022년 8월 발효된 IRA, CHIPS 등의 영향으로 국내 제조사의 미국 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공장 건설은 2021년 9억4000만 달러에서 2022년 29억5000만 달러, 2023년 91억2000만 달러로 증가했으나 올해 상반기 수주액은 감소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은 토목 및 산업설비 공사 수주 감소로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며 2년 연속 감소한 21억9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수주액이 줄었습니다. 아프리카 역시 기업의 수주활동이 위축되고 상반기 산업설비 공사 수주 감소로 수주액은 지난해 20% 수준이었습니다. 중남미와 유럽 지역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주실적을 보였습니다.
 
(이미지= 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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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200억 달러 이상 수주 필요
 
이에 따라 정부가 목표한 연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조 달러 달성도 만만찮은 상황인데요.지난해 말까지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9638억3000만 달러인데요. 1조 목표액 달성을 위해서는 올 하반기에만 205억90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동안 해외건설 수주는 2016년 이후 8년째 연간 300억 달러 수준에 머물러 있어 반년 안에 수주액을 채우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중동 의존도가 높아진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요. 전쟁, 내전, 테러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경제 상황이 급변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대형 건설사들이 보유한 대규모 프로젝트의 미청구공사가 대부분 중동 현장에 집중되기도 했었죠. 
 
올 상반기에는 삼성E&A와 GS건설이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73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수주한 것이 중동 수주액 비중이 높아진 데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이는 국내 건설사가 사우디에서 수주한 공사 중 가장 큰 액수에 해당하며, 1~5월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건설사별로는 상위 10개사의 수주 비중이 97.2%로 편중이 심화됐습니다. 수주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E&A로 60억81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GS건설은 17억8600만 달러, SGC E&C 8억5100만 달러, 삼성물산 2억7300만 달러, 쌍용건설 2억340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 1조 달러 달성은 정부 쪽에서도 기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고 기업 역시 수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중동에 수주가 집중된 것은 시기에 따른 것으로 우려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IHS 마킷에 따르면 올해 세계건설시장은 지난해 13조9000억 달러 대비 4.3% 성장한 14조5376억 달러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 둔화, 고금리 기조 지속, 원자재가·운송비 상승 등의 여파로 세계건설시장은 2분기 연속 성장률이 하향 조정된 상태입니다. 
 
국내 건설사는 하반기 원전사업에서 수주액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인데요. 우선 체코 원전은 이달 중 프랑스와 한국 중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5·6호기), 테멜린(1·2호기) 지역에 각 1.2기가와트 이하의 원전 4기를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는 30조원으로 추산됩니다. 현대건설은 불가리아에서 코쥴로두이 원전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기대 가능한 수주 파이프라인이나 금액은 큰 변동이 없으나 다만 내년 중동에서 사우디 아람코의 LTC 관련한 발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 기본설계(FEED)가 진행되거나 발주가 예정돼 있으며 내년 하반기나 내후년 상반기에는 EPC(설계·조달·시공) 발주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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