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한미국대사 "한미동맹 2030년 끝날 것"
주한미군 규모 유지 '조건부' 가닥에도 동맹이슈 변화 가능성 '여전'
입력 : 2020-12-07 14:35:27 수정 : 2020-12-07 14:35:27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미국 의회에서 국방수권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주한미군 규모는 일단 '현행 유지'로 가닥이 잡혔지만 중장기적 한미 동맹이슈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동맹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 주요 외교안보 관련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공공연히 개진되고 있다. 
 
7일 외교가에 따르면 과거 한국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적 있는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부차관은 일본 월간지 '웨지' 12월호 기고문에서 "한미 동맹은 길어도 2030년이면 끝날 것"이라는 의견을 게재했다. 북한이 확고한 핵무기 국가가 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고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다. 
 
롤리스 전 부차관은 '새로운 한반도' 시나리오로 △민주주의가 그대로 유지되는 통일한국 △평화 협정을 통해 적대 관계를 종식한 연맹한국 △보수 정권 집권 시 남한의 핵무장 요구 등을 전망했다. 그는 "미국이 현재 한국 안보 의무에서 철수하는 시나리오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한미 간 정치적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고 미국이 '피할 수 없는 것을 늦추기보다는 지금 떠나는 게 낫다'는 사실을 수용하는 쪽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10월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등을 이튿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노동신문 보도)
 
기고문은 이미 공고해진 북핵과, 미래에 실현될 수도 있는 '핵을 가진 통일한국'이 결국 일본을 위협할 것인 만큼 일본 내 미군의 중거리 핵전력 배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작성됐지만, 한반도와 한미동맹의 중장기적 미래에 대한 그의 전망은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특히 연맹 또는 통일한국 시나리오에서 핵을 가진 북측 정치세력이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과 일본을 능가하는 우위를 점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됐다.
 
외교부 한 고위 당국자는 최근 미국 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이 매우 어렵다'는 말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단기적으로 북핵을 폐기가 아닌 동결 수준에서 합의하고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선에서 협상이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의 핵 보유국 지위가 사실상 인정되는 셈인데, 한국 정부는 이를 비핵화의 단계로 추구하지만 북미 협상이 이 자체로 완결된다면 한국에는 위험한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주한미군 2만8000여명과 한국내 거주하는 약 10만 명의 미국인은 북핵 협상에 미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 3일 미 해군연구소 주최 화상 포럼에서 사견을 전제로 "한국 등에 파견한 미군의 주둔 방식으로 영구 주둔보다는 순환 또는 일시 주둔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북한과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군 가족이 위험해질 것이며, 미군의 영구 주둔은 미래를 위해 심각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합참의장은 미군 내 서열 1위로, 발언의 무게가 작지 않다. 
 
서울 용산구 주한미군기지. 사진/뉴시스
 
주한미군 현행 유지 내용을 담은 국방수권법안 내에는 중국 화웨이 장비 사용국에 대한 미군·무기 배치를 재고토록 하는 조항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조건부 주둔'을 전제한 것으로, 지난 8월 미 국무부가 발표한 반중 경제전선 '클린네트워크' 참여에 모호한 입장을 유지해오던 한국에 대한 압박이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의 경제관계를 포기할 수 없는 한국으로선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중국, 러시아 등 대규모 군사국과 미래전을 준비하기 위해 펼치는 '다층영역작전(MDO·Multi Domain Operation)' 관점에서 적에 근접한 한국 주둔 미군 감축 시나리오는 정권 변화와 상관없는 미국의 국가안보 차원에서의 전략적 판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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