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인이지만 이방인입니다"
'고려인 3세' 권 스베틀라나 씨 "아이 위해 한국행 결심"
"언어 장벽과 이방인 편견, 일자리 찾기 힘들어"
"같은 고려인 생활에 도움된다는 뿌듯함으로 일해"
입력 : 2021-08-19 17:08:00 수정 : 2021-08-19 17:49:3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안산에 살고 있는 권 스베틀라나(35) 씨는 카자스흐탄에서 온 한국 사람이지만 '고려인'으로 불린다. 권 씨는 같은 같은 고려인들이 이곳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권씨를 경기도 안산 고려인지원센터에서 19일 만났다.
 
권 씨는 2019년 8월 남편, 아들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앞서 6년간 한국 체류 경험이 있던 남편의 제안에 따라 한국행을 결심했다. 한국행에 결정적인 이유는 아들 때문이다.
 
권 씨는 “우리 아이라도 한국말을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고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가족을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며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들은 다행히도 한국어가 쑥쑥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오면서 꽃길이 펼쳐진 것은 아니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사범대학을 졸업했던 권 씨는 한국에선 서툰 한국어로 인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같은 한국 사람임에도 외국인과 비슷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시선도 장벽이었다.
 
권 씨는 “한국어도 서툴고 비자 문제도 있다보니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 해 공장 등을 돌며 여러 가지 일을 했다”며 “고려인이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설도 없고 외국인 노동자라는 편견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다”며 회상했다.
 
권 씨는 또 “올해 1월부터는 고려인지원센터에서 일하며 언어 문제로 체류나 보험 등 기본적인 생활 문제로 해결하기가 힘든 고려인들을 돕고 돕고 있다”며 “같은 고려인으로서 고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뿌듯하지만 해결하지 못 하는 일을 마주할 때마다 죄송한 마음도 든다”고 토로했다.
 
센터에서 부지런하고 일 잘하기로 소문난 권 씨는 가장 안타까웠던 사연으로, 장애인 자녀가 있는 고려인 가족을 꼽았다.
 
권 씨는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받으려면 재외동포 비자가 필요한데, 그 부모는 방문취업 비자를 갖고 있었고 아이는 동거 비자를 갖고 있어 전혀 혜택을 못 받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이나 복지 등을 위한 비자 문제에서 자유로우려면 영주권을 취득하는게 가장 좋다. 그러나 이는 쉽지 않다. 2014년 재외동포재단이 국내 거주 고려인에 대해 실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당시 7만4121명의 국내 거주 고려인 중 영주권자는 전체의 0.6%(443명) 밖에 되지 않는다. 
 
권 씨는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한국어·한국역사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된 직장을 다녀야 한다”며 “일을 하기 위해 영주권을 취득하려는 것인데, 영주권을 취득하는 기준이 까다로운게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권 씨처럼 독립운동 영웅들의 후손이지만 정작 모국인 한국에서는 재외동포, 외국인 등 소위 '이방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소망은 지금이라도 한국 사람처럼 살 수 있게 정부가 도와주는 것이다.
 
권 씨는 “부모님, 조부모님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생활하다가 카자흐스탄으로 넘어오셨고 당시만해도 일자리 문제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한국 땅을 밟지 못 하셨다”며 “고려인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일자리나 교육 등 지원이 많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온 고려인 권 스베틀라나 씨(오른쪽)는 아들을 위해 2019년 한국행을 결심했다. 사진/권 스베틀라나 씨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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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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