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주제곡 쓴 그리스 작곡가 반젤리스 타계
입력 : 2022-05-20 14:12:01 수정 : 2022-05-20 14:12:2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02년 월드컵 주제가와 영화 '불의 전차' 주제곡을 만든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반젤리스가 타계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아테네뉴스통신(ANA)가 반젤리스의 변호사 사무실 성명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반젤리스는 17일 밤늦게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향년 79세로 사망 원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트위터로 그의 타계 소식을 전하며 애도를 표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전자음악의 선구자"라며 "그는 불의 전차를 타고 긴 여행을 시작했다"고 썼다.
 
본명은 에방겔로스 오디세아스 파파타나시우으로, 지난 60여 년 간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연주자·작곡가로 명성을 쌓은 전설적인 음악가다. TV·연극·무용 등을 넘나들며 음악활동을 해왔지만 영화음악과 스포츠 주제곡 분야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4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선수들의 우정을 그린 영화 '불의 전차(1981')는 그를 세계적인 작곡가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 주제곡으로 1982년 제54회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곡상을 받았고 그해 빌보드 앨범·싱글 차트 1위를 휩쓸었다. 이 작품으로 그리스 유일의 아카데미상 수상자로도 기록됐다. 이 작품은 30년이 지난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에서 메달 시상식 곡으로도 사용됐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1492 콜럼버스(1992)' 등에서 선보인 주제곡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비와 눈물(Rain and Tears)', '봄, 여름, 겨울, 그리고 가을(Spring, Summer, Winter, and Fall)' 등으로 1970년대 한국 팝음악 팬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그리스 3인조 록밴드 '아프로디테스 차일드(Aphrodite's Child)' 멤버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국 팬들에게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공식 주제곡 '축가(Anthem)'의 작곡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곡은 개막식은 물론 선수들의 경기 입장 때마다 경기장에 울려 퍼져 한국팬들에게 각별하다.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2004년 모국에서 개최된 아테네 하계올림픽의 주제곡 앨범 작업에도 참여했다.
 
고인은 과학계와도 인연이 깊다. 어릴 때부터 우주에 매혹됐다는 반젤리스는 유명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출연한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1980년 방영)'의 음악 작업을 맡은 바 있다. 2001년 미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화성 탐사선 '2001 마스 오디세이' 관련 테마 음악도 만들었다.
 
2018년 타계한 영국의 천체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장례식에선 재생장치로 재현한 고인의 음성을 기반으로 특별히 제작된 장송곡을 띄우기도 했다.
 
반젤리스는 화가인 아버지와 음악을 공부한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정규 음악 수업을 따르지 않고 6세 때 작곡을 하고 피아노 연주 콘서트를 열 정도로 음악 신동이었다. 대학 전공은 미술을 택해 그리스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아테네예술학교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1988년 그리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정규 음악 공부를 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음악적 창의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 바 있다.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음악가 고 반젤리스(오른쪽), 사진=AP·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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