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노조 "연구자들은 소모품…노동의 정당한 보상 원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의 이면…열악한 처우 개선 요구하는 성명서 발표
달탐사사업단 소속 연구자, 1.4억원 상당 수당 미지급 소송 중
우주개발사업 참여 기술용역 정규직 전환 요구도
입력 : 2022-06-27 16:02:30 수정 : 2022-06-27 16:02:3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노동조합이 누리호 2차 발사 성공 뒤의 불편한 진실들을 폭로했다. 이들은 법정 수당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는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동의 정당한 보상을 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항우연 노조는 27일 성명서를 통해 "국민 모두가 찬사해 마지 않는 성취를 만들어낸 것은 현장의 연구자들"이라며 "정작 이들은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의 고민을 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현장 연구자들은 야간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을 했음에도 다른 출연연 대비 낮은 임금은 물론 시간외수당도 법대로 받지 못하는 처량한 처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서 지역주의 관점으로 항공우주청의 설치를 결정하는 현실은 "연구원들을 장기판의 졸처럼 여기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 모든 일들은 연구자들에게 자신들을 기계부품이자 소모품일 뿐이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것"이라며 "현장 연구자들이 다른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항우연)
 
항우연 노조 측이 우선 요구한 것은 처우 개선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2020년 결산기준 항우연 신입직원 초임 보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25개 출연연 중 21번째다. 1000명 이상 직원과 연 6000억 규모의 사업을 수행하는 주요 출연연 중에선 최하위에 랭크됐다. 출연연 최고 수준과 비교하면 10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낮은 임금으로 다른 연구원에 동시에 합격한 연구원이 항우연을 선택하지 않고 함께 일하던 젊은 연구원들이 임금을 이유로 다른 출연연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패거리 조직문화와 자유롭지 못한 연구환경을 이유로 연구현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원을 졸업한 능력있는 예비 연구자들이 우주개발사업에서 떠나버린다면 한국의 우주개발은 밑둥에서부터 썩을 것이란 비판이다. 
 
이들은 "(처우 개선에) 새로운 예산이 필요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수권에 포함되지 못해 활용되지 못하는, 기관이 수탁과제를 통해 확보한 사업인건비를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관의 특별임금인상과 시간외 수당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조정해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연연과 연구회, 과기정통부와 기재부 담당자들이 이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의 가이드라인 수정을 촉구했다. 
 
항우연 노조는 '다누리' 달탐사사업단 소속 연구자들의 삭감된 임금 1억4200만원도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업단 연구자들이 달 탐사선의 중량증가로 인한 연료와 궤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고 상세설계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자, 사업추진위원회에서 괘씸죄를 걸어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5개월의 연구수당을 삭감했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현재 이 사안은 노조 측이 연구수당 임금청구소송을 제기, 1심에서 원고 전부 승소 판결이 났으나, 항우연이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항우연 노조는 우주개발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술용역의 정규직 전환도 요구했다. 위성총조립시험센터 소속 5명과 나로우주센터 비행안전기술부 소속 4명 등은 10년 이상 항우연 해당 부서에서 일해왔고, 각각이 수행하고 있는 업무는 이들 없이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노조 측은 "해당 인력에 대한 부서의 요구가 명확하고 인건비 확보에 문제가 없으며 전환 방식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들이 6개월마다 재계약을 하는 상황에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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