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끼는 안철수…외연 확장이냐 윤심 구애냐
현안에 '원론·원칙' 고수하며 정쟁서 비켜서
입력 : 2022-10-25 16:38:11 수정 : 2022-10-25 16:38:1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9월2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복지회관을 찾아 제11호 태풍 '힌남노'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권에 도전하는 안철수 의원이 최근 격화된 여야의 정쟁 속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자제하고 국정감사에 집중하던 안 의원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원론적인 답만 내놨다. 외연 확장에 필수적인 중도층을 의식했다는 해석 속에 '윤심' 구애 경쟁에는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의원으로서는 당대표 경쟁에서 윤심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당대표에)출마한다"고 도전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과 '원칙'만 강조했다. 안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 관련해 "당 전체를 수렁으로 끌고 가고 있다. 잘못이 있으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수사받는 게 정치인으로서의 도리고, 민주당을 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지역구가 대장동, 사는 곳이 백현동"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확실한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후보"라고 맞서던 모습과는 결이 달랐다.
 
안 의원은 대장동 특검을 주장하는 민주당과 검찰 수사가 먼저라는 국민의힘 입장 차이에 대해 "원칙적인 부분이긴 하지만 법 앞에 지위고하는 있을 수 없지 않나.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며 "어떤 정치적인 목적을 배제하고 죄가 있다면 처벌을 받고, 거기에 따라서 엄정하게 법 집행되는 게 원칙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인터뷰의 절반가량을 치솟는 물가와 금리, 환율로 시름하는 현 경제 상황과 김진태 강원도지사로부터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에 대해 말하는 데 할애했다.
 
지난 한 달간 안 의원은 말을 아껴왔다. 지난달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이래로 정쟁 메시지는 자제하고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북핵 등 국가적 의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색깔론까지 들고 나오는 등 여권의 급격한 우경화에 대해서도 동조하지 않았고, 이날 인터뷰 전까진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이전에도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 간의 문자 메시지가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하고, 풍자 만화 '윤석열차'에 대해 "정치권에서 과민반응 보이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여권 주류와는 다른 길을 걸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진영 간 대결 구도에서 '중도'는 애매한 위치다. 현안 관련 의사를 표명할 경우 민주당에선 '그럴 줄 알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무슨 소리냐'며 민주당이 김해영 전 최고위원 대하듯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민 평론가는 "양쪽 싸움이 격화되면 지지층이 결집되기보다 그 반대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서로 손가락질 하면서 프레임에 잡히게 될 때 등장한 사람 모두가 욕을 먹는 상황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처럼 비켜가기 전략을 취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안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현재 가장 문제는 수도권이다. 수도권이 전체 의원 중의 절반에 해당되는데 우리 당은 수도권에서 17석밖에 없다"며 "전당대회에서는 수도권과 (중도로)외연 확장을 할 수 있는 지도부를 구성하지 않으면 싸움에서 이기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공정하게 공천할 수 있기 때문에 당내 분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며 "어떤 분들은 당내 입지가 약한 것 아니냐, 이렇게도 말씀을 하시는데 저는 그게 오히려 강점"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윤심'과는 배치되는 태도다. 차기 전당대회는 윤심에 좌우될 것이라 보는 의견이 당내에선 지배적인 상황. 이준석 전 대표에 발이 묶여 임기 초반을 갈등으로 보냈던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는 낮은 국정운영 지지도는 부담이지만, 집권 초반 힘이 있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여당의 전당대회는 든든한 우군을 확보할 절실한 기회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근 '종북 주사파와는 협치는 없다' 등의 강경한 색깔론마저 내놓고 있다. 이에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의원 등이 동조하며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일종의 윤심 구애 차원이다. 
 
안 의원은 "저는 인수위원장을 거쳤다. 저보다 대통령과 잘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윤심과 가깝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는 "'연대보증인'이란 표현을 썼습니다만, 제가 윤석열정부 성공에 가장 절박한 사람이다. 저와 윤 대통령이 총선 승리에 대한 인식, 정말 강하게 공유하고 있다. 깊은 신뢰가 있다"면서 "그런데 당대표가 되겠다면서 대통령 이름만 너무 앞세우는 건 없어 보이기 때문에 제가 말을 아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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