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말과 글 잘 이해하는 능력, '인생의 마스터키'"
말 잘하는 아이, 글 잘 쓰는 아이|백승권 지음|북루덴스 펴냄
입력 : 2022-10-28 17:05:57 수정 : 2022-10-28 17:05:57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같은 세계적 명문 대학들은 왜 수백 년 동안 변함없이 인문학과 기초 과학 위주로만 가르치고 있을까?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기반만 쌓으면 언제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그 대학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전문강사인 저자 백승권 씨는 신간 '말 잘하는 아이, 글 잘 쓰는 아이'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쓴 칼럼 '곁쇠교육'의 내용에 크게 공감한다. 저자는 "최 교수는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곁쇠(마스터 키의 우리말)라고 봤던 것"이라며 "더 본질적인 곁쇠는 읽고 말하고 쓰는 능력, 즉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상대의 말과 글을 잘 이해하고 말과 글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인생의 마스터키'입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이나 랭스턴 휴스의 시를 탐독하며 어린 시절을 지났다. 2004년 6월 민주당 전당대회의 연설('Wes, We Can!, Yes, We Did!')에서 링컨, 케네디, 마틴 루서 킹에 비견되는 연설가로 인정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역설적으로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말하기와 글쓰기가 주목 받은 적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부모와 자식에게 '읽기, 말하기, 쓰기'가 강물처럼 흘러가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소개한다.
 
저자는 독서의 경우 다독과 완독, 순차독에서 벗어나는 역발상의 지혜를 권한다. CD나 MP3에서 좋아하는 음악만 골라 듣듯 훈련하면 책읽기는 훨씬 자유롭고 즐거운 일이 될 수 있다. "맛있는 과자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감춰두고 몰래몰래 조금씩 꺼내 먹듯 아껴 읽는 겁니다. 이런 책은 문장을 하나하나 맛보듯, 잘근잘근 씹듯 읽으면 좋습니다. 어떤 책은 앞부분만 읽어도 됩니다."
 
천천히 곱씹어 읽는 '슬로리딩'이나 책의 스토리를 바꿔 써보는 안도 제안한다. 특히 슬로리딩은 일본에서도 도쿄대에 학생을 가장 많이 합격시킨 한 학교의 독서 훈련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문해력 자체를 길러 국어 뿐 아니라 영어, 수학 성적을 올리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례들이 소개되고 있다"며 "한 글자 한 글자 음미하며 소리 내어 읽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며 내용을 깊이 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글을 잘 읽고 쓰는 법과 마찬가지로, 말 잘 하는 방법 역시 노하우가 필요하다. 용건을 전달하는 말에서는 두괄식을 쓰도록 하고, 복잡한 감정이나 정서적, 정신적 공감대가 필요할 때는 미괄식을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먼저 하고, 비유와 인용으로 메시지 효과를 높이는 방법 또한 놓쳐서는 안 될 달변의 기술이다.
 
그러나 아이의 말 훈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경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부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영혼으로 듣는 태도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한마디로 경청을 배워야 합니다.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말 잘하는 아이는 경청을 잘하는 부모로부터 나옵니다."
 
스마트폰이 아이들의 읽기, 말하기, 쓰기의 가장 큰 방해물이 되는 시대지만, 저자는 "스마트폰과 병행하는 길을 모색하라"는 조언을 건넨다. 소셜미디어(SNS)나 게임, 웹툰, 유튜브 동영상만을 활용하게 하기보다 읽기, 말하기, 쓰기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라는 것이다. 
 
"저 역시 두 딸을 키우며 이런 딜레마에 늘 부대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부모가 먼저 변화를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부모가 바뀌면 아이들도 바뀝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이 책이 작은 물방울이 되길 희망합니다."
 
'말 잘하는 아이, 글 잘 쓰는 아이'. 사진=북루덴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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