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1년)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 "바닥 찍은 경기…체질 개선 추진해야"
"힘 못 쓰는 반도체…대외여건까지 불확실"
"바닥 찍은 경기…하반기 수출 회복 등 기대"
부동산도 불확실…"저점 시기 예측 어려워"
"체질 개선 정책,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입력 : 2023-05-10 06:00:00 수정 : 2023-05-10 06: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정해훈·조용훈 기자] '하반기 반등 요인이 없다'는 경제학 교수들의 경고와 달리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원들은 “경기 상황이 더욱 악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저점을 통과하는 시점인 만큼, 하반기 경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큽니다.
 
하지만 대외적 요인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불확실성을 변수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경기 부진 극복을 위한 단기적 해법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가 5대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 상황과 해법을 문의한 결과, 앞으로 개선 여지가 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기 지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못하는 것은 반도체 수출 부진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각국의 자국 중심 무역 정책 등이 영향을 끼치면서 앞날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9일 <뉴스토마토>가 5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 상황과 해법을 문의한 결과 앞으로 개선 여지가 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사진은 부산항. (사진=뉴시스)
 
"비실한 경기 지표, 반도체 부진 탓 커"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우리나라 경기 회복이 부진한 것은 반도체 경기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며 "수출 데이터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줄었고 동시에 중국 수출이 약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관련 중국 경기 악화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기가 죽은 영향이 좀 더 크다고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반도체, 중국, 통상 환경 등 굉장히 많은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경기 악화 요인에 대해) 확실하게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반도체 경기나 중국의 리오프닝에 대한 파급이 어떻게 될지 등 대외적인 요인도 크다"고 말했습니다.
 
하반기 경기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도 나옵니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나서면서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안 실장은 "반도체 경기는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공급 조절 결정으로 반도체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경기도 자체적으로 회복하는 파트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천 총괄도 "지금은 바닥을 다지고 저점을 통과하는 시점"이라며 "하반기에는 경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관측했습니다.
 
다만 반도체 업황 회복 또한 크게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도 있습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반도체 업체들의 감산으로 공급 쪽에서 조정이 되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 재고가 여전히 많고 수요도 아직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가 5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 상황과 해법을 문의한 결과 앞으로 개선 여지가 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사진은 대구 지역 미분양 아파트. (사진=뉴시스)
 
경제성장률·부동산 경기 반등 '글쎄'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안 실장은 "경기가 숫자로만 놓고 보면, 지난해보다는 성장률이 높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해서도 장밋빛 전망은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 소장은 "부동산 경기가 저점을 향해 계속 가고 있는데, 저점이 어디인지는 불확실한 것 같다"며 "소비자들이 부동산 리스크 상황을 봤고, 글로벌 경기 상황도 좋지 않기 때문에 저점을 찍더라도 이후 큰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고용 시장의 경우 예상보다 취업자 수 증가 수치가 나쁘진 않았지만 경기와 고용 간 개연성이 사라져 분석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진단입니다.
 
강신혁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1분기만 놓고 보면 고용 시장은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며 "올해 매달 평균 10만명 아래 수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1~3월에 모두 이를 뛰어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09년 금융위기 같은 경우에는 '고용 없는 회복'이었는데, 현재는 '성장 없는 고용'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 극복을 위한 단기적인 해법으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안 실장은 "미국발 금융 위기 등 위기가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위기에 대한 대응과 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들이 단기적으로는 경제 회복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 전망총괄은 "초격차를 위해 업데이트된 신식 기술에 투자해야 하는 성장하는 산업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양하는 산업을 잘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외 환경이 취약한 현 상황을 계속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외 여건에 취약하지 않는 구조로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9일 <뉴스토마토>가 5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을 대상으로 하반기 경제 상황과 해법을 문의한 결과 앞으로 개선 여지가 있지만 불확실성도 여전하다는 응답이 많았습니다. 사진은 직장인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정해훈·조용훈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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