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1년)교육 개혁 내세웠지만…갈등만 부채질
정부 출범 직후 교육 수장들의 잇따른 자진 사퇴로 혼란
이주호 복귀로 '유보 통합' 등 정책 추진하고 있으나 쟁점 해결 못 해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 등 주요 교육 정책 발표 시기도 미뤄져
입력 : 2023-05-10 06:00:10 수정 : 2023-05-10 06:00:10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교육 개혁'을 내세웠던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으나 교육 현장에는 갈등과 혼란만 남은 모습입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 교육·보육 체계를 일원화하는 '유보 통합'과 학부모의 자녀 돌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초등 늘봄학교' 정책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쟁점이 되는 사항들을 해결하지 못한 채 현장의 반발만 커지고 있습니다.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 등 주요 교육 정책들의 발표 시기도 별다른 설명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교육부 장관…김인철 후보자·박순애 장관의 잇따른 자진 사퇴
 
윤석열정부는 출범과 함께 노동·교육·국민연금에 대한 이른바 '3대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육 개혁'은 그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첫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지명 20일 만에 자진 사퇴했고, 정부가 출범한 지 2달 가까이 지나서야 겨우 임명된 박순애 장관도 대선 공약이나 국정과제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학제 개편안'을 제안했다가 여론의 지탄을 받아 취임 34일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11월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과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장관이 교육부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겨우 교육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꺼낸 정책은 '고등교육 규제 개선책'이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대학의 설립과 운영을 위해 갖춰야 하는 교사(건물)·교지(토지)·교원·수익용 기본 재산 등 '4대 요건' 기준을 개편하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2024학년도부터는 교원확보율 유지 조건을 삭제해 입학 정원 범위 내에서 학과의 설립·폐지 등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고, 수익용 기본 재산도 학교법인이 충분히 수익을 창출해 대학에 투자한 점이 인정되면 요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게 주요 내용입니다.
 
이는 대학 교수들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학과 신설이나 통·폐합이 자유로워지면 수도권 주요 대학이 인기 학과 위주로 재편해 수도권 쏠림 현상만 심화될 수 있고, 운영 기준을 대폭 완화할 경우 대학들이 수익을 내는 데만 집중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지방 대학을 혁신하고자 오는 2026년까지 30개 대학을 선정해 한 학교당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사업 역시 해당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대학들은 모두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교육 수장들이 각종 논란으로 잇따라 자진 사퇴하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장관이 복귀해 교육부를 이끌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이 장관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이주호 돌아왔으나 여전한 혼란…핵심 정책 두고 갈등 이어져
 
유치원과 초·중등교육 분야에서는 '유보 통합'과 '초등 늘봄학교'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한 뒤 현재 진행하고 있으나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유보 통합'은 교사의 자격과 처우 문제를 두고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학이나 4년제 대학에서 유아교육학과 등 관련 분야 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와 같은 온라인 강좌 수강 등의 방법으로도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어 단순 통합할 경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이에 유치원 교사들을 중심으로 '유보 통합'에 반대하는 단체 행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아침·저녁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는 '초등 늘봄학교'는 지난 3월부터 인천·대전·경기·전남·경북 지역 214개 초등학교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으나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 교사와 돌봄전담사들이 고충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 전국에 '초등 늘봄학교'를 도입할 생각이지만 현 상태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교원 양성 체계를 개편하고자 지난달 시범 운영을 시작하기로 했었던 '교육전문대학원'도 교대와 사범대 학생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무기한 연기돼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주요 교육 정책들도 당초 계획보다 발표가 늦어져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지난해 12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 여부 등을 담은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의 발표가 예정돼 있었으나 올해 상반기 중으로 밀린 뒤 아직 소식이 없고, 당초 지난 2월에 발표할 계획이었던 '고교학점제 보완 방안'도 상반기 중으로 연기된 채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입니다.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자 올해 상반기 중에 내놓기로 한 '사교육비 경감 종합 대책'도 연내로 발표가 미뤄졌습니다.
 
윤석열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좋지 않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지낸 반상진 전북대 교수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1년, 교육 정책 집중 진단 토론회'를 통해 "교육 공약이나 국정과제에서 전혀 제시되지 않았던 의제를 내세워 준비 안 된 정책의 모호성과 혼선으로 국민적 저항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교육부의 주요 정책인 '유보 통합'을 두고 유치원 교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 2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유치원 교사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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