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화MTV③)"상가 점포 계약했는데 '억' 날리게 생겼어요"
시화MTV 거북섬 상가는 소송판
"개발계획 믿었는데…수분양자 분통"
"이자 치솟고 대출 압박…임차인 없어"
입력 : 2023-05-17 06:00:00 수정 : 2023-05-17 06:00:00
 
[뉴스토마토 김성은 기자] 서울 가락시장에서 도매업을 하는 문모 씨는 기존 사업이 잘 되지 않아 다른 일을 알아보던 중 10억원 상당의 시화MTV 거북섬 일대 상가 '보니타가'를 지난해 초 분양받았습니다. 추후 월세를 받거나 못해도 전매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준공 이후 건물은 누수, 균열 등 다수의 부실 시공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분양 당시 홍보했던 스타벅스와 이마트 입점은 지켜지지 않았고, 딥다이빙장, 글램핑장 등 특화 시설도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잔금을 납부하고 등기를 내면, 대출 이자만 갚을 것이 뻔해 보였습니다. 일부 금액이라도 건지는 게 낫다고 판단해 분양대금반환 소송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17일 시화MTV 거북섬 상가 수분양자 등에 따르면, 일대는 소송판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부실 공사와 허위·과장 광고 의혹을 비롯해 불법 사전분양까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보니타가는 16개 필지 위에 들어서는 거북섬 최대 규모 상가입니다. 상가 438실 중 99실에 해당하는 수분양자 88명이 단체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지난 13일 오후 방문한 보니타가 수분양자 소송 설명회에는 현장 참석자만 50여명에 달했습니다. 1·2차 소송에 이어 3차 소송 참여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리였습니다. 중년 남성부터 아기를 안고 온 부부, 학생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지난 13일 시화MTV 거북섬 일대 상가 '보니타가' 수분양자를 대상으로 열린 소송 관련 설명회. (사진=김성은 기자)
 
임차인 없는데 대출 압박 눈앞에
 
이들의 가장 큰 걱정은 금융 문제입니다. 올해 3월 31일 보니타가의 준공으로 내달 12일까지 잔금을 내야 합니다. 준공 이후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는 수분양자들이 부담하고 있으며, 중도금 대출 만기일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 참석자는 "(은행 등)압박에 중도금 일부인 3억원을 납부했다"며 "소송 진행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 범위가 궁금하다"고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금리 인상으로 이율도 치솟았습니다. 보니타가 수분양자 문모 씨는 "중도금 대출 이자가 6% 수준에서 7.6%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면서 "6%를 적용해도 상가 10억원에 대한 중도금 4억(40%)의 이자는 월 200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소송 참여자들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으로 대출 압박에서 숨통이 트였다는 설명입니다.
 
시화MTV 거북섬 곳곳에 분양·임대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판이 붙어 있다. (사진=김성은 기자)
 
그렇다고 전매를 하거나 임차인을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른 수분양자 조모 씨는 "분양가보다 가격을 낮춘 '마이너스 피'로 점포를 내놨지만 문의는 없었다"며 "주변에 세입자를 구한 사람도 없다"고 했습니다.
 
고금리와 상권 침체 등 외부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부실 시공 문제까지 겹치면서 수분양자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조모 씨는 비오는 날 지하주차장 배전함 기둥에 물이 새는 사진을 보여주며 "처음에 잔금을 내고 기다려 볼까 싶었지만 건물 상태를 보고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곳곳 소송판…"수분양자만 억울"
 
수변에 자리한 226실 규모의 상가 '거북섬 마리나썬셋101' 수분양자들도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양 승인 전 사전분양과 설계변경이 불씨가 됐습니다. ((위기의 시화MTV②)"사전분양 의혹에 엉터리 공사"…'거북섬 마리나썬셋101' 수분양자 반발)
 
거북섬 마리나썬셋101 맞은 편 '이비자 가든'도 소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곳은 스페인의 관광지 이비자 섬을 콘셉트로 지어진 주차·상업시설입니다. 거북섬 일대 상가 수분양자 심모 씨는 "이비자 가든 옥상에 라운지바를 유치하고 1층에 유명 셰프 레스토랑이 들어온다고 홍보했지만 깜깜무소식"이라면서 "지도에 보면 산후조리원이 입점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뱉었습니다.
 
다른 한 상가에서는 부실 시공, 허위·과장 광고 등에 수분양자들이 반발했지만 시행사의 무마로 할인 분양 선에서 끝난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시화MTV 거북섬 일대 상업시설 (왼쪽)보니타가와 (오른쪽)이비자가든. (사진=김성은 기자)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상권 침체에 따른 공실입니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꺾이고 가파른 금리 인상, 원자잿값 상승,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을 맞으면서 시화MTV 거북섬 개발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위기의 시화MTV①)경기 악화 직격탄…공실에 상가주 피눈물)
 
1년 반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딴판이었습니다. 상가 분양가는 부동산 호황기 개발 붐을 타고 치솟았죠. 거북섬 내 한 부동산 관계자는 "1층 기준 적어도 평당 3000만원, 수변 쪽은 4000~5000만원"이라며 "한창 분양이 잘될 때 건물을 지으면 팔려서 상가가 우후죽순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공사가 늦어진 곳도 있고, 개발계획이 밀리면서 침체됐다"며 "인공서핑장도 아시아에서 유일한 곳으로 알려져 희소가치가 있지만 홍보가 잘 안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심모 씨는 "분양은 자신의 판단이지만, 일대 개발은 민관사업 아니냐"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에 분통이 터지고, 수분양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되는 점이 억울하다"고 호소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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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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