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항공료 다 올랐다…휴가철 물가 '고공행진'
휴가철 맞이해 콘도부터 외식 물가까지 가파른 상승세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괴리 더욱 커져
바가지 행태도 문제…여행 포기하는 '휴포족'도 상당수
입력 : 2023-07-13 06:00:00 수정 : 2023-07-13 0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고은하 기자] 본격적인 무더위 시작과 함께 여름 휴가철 물가가 고공행진하면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휴가철이지만 마음 편히 밖을 나서기엔 숙박비, 의류비, 먹거리 비용, 항공료 등 어느 하나 가격이 만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죠. 이에 올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던 상당수는 여행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습니다.
 
사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년 9개월 만에 2%대로 내려앉을 만큼 지표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든 추세인데요, 이번 휴가철을 계기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와 지표 물가 간 격차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전체 물가 상승률은 2%대 둔화됐는데…숙박·의류·먹거리 모두 상승세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콘도 이용료는 전년 동월 대비 13.4% 뛰었습니다. 3월 6.4%, 4월 6.6%, 5월 10.8%에 이어 4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오름폭도 점차 가팔라지는 추세입니다.
 
호텔 숙박료도 3월 13.7%, 4월 13.5%, 5월 10.8%에 이어 지난달 11.1%까지 올랐습니다. 또 수영장 이용료와 휴양 시설 이용료도 3.9%씩 상승했습니다.
 
휴가철을 맞이하다 보니 옷과 신발 등 의류비 물가 상승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달 티셔츠 가격은 14.3%, 원피스 가격은 13.7% 올랐습니다. 아울러 청바지는 11.8%, 운동화는 7.8%, 운동복은 6.2%로 역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외식 물가도 높은 편입니다. 지난달 기준 전체 외식 물가는 6.3%를 나타냈고, 세부적으로 생선회가 6.5%, 돼지갈비가 6.4% 삼겹살이 5.4%, 스테이크가 3.6% 오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사실상 휴가철을 맞이해 '의식주' 영역의 물가가 모두 오른 셈입니다. 의아한 점은 최근 거시경제 지표가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6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7%를 찍었는데요, 이는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의 2%대 기록입니다.
 
작년 이맘때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6%대까지 치솟으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까지 제기된 것과 비교하면, 현 경제 상황은 분명히 나아진 것이죠.
 
'휴포족' 속출…'바가지' 상술도 근절돼야
 
그럼에도 휴가철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휴가철 이후 오히려 체감 물가 간극이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특히 대다수 시민들은 휴가의 뼈대를 이루는 숙박부터 계획하는데 문제가 많다고 토로합니다. 숙박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니 휴가 자체를 고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주부인 박모씨(36·여)는 "이번 휴가철을 맞이해 펜션을 알아봤지만, 숙박비가 1박 기준으로 30만원에서 50만원까지 달해 깜짝 놀랐다"며 "결국 펜션 대신 카라반에서 투숙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취업준비생인 김모씨(28·남)는 "어차피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는 숙박비가 너무 비싸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차라리 휴가 시기에 고향 집에 내려갈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해외로 행선지를 돌리자니 항공료가 걸림돌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직장인인 김모씨(34·여)는 "내달 스페인에 가기 위해 지난 5월 항공권을 알아봤는데 왕복 250만원에 달해 결국 포기했다"며 "코로나19 엔데믹 시기가 됐는데도 여전히 휴가 물가는 비싼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미주 지역이나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동남아시아도 비용이 만만찮다는 반응입니다. 직장인 이모씨(27·여)는 "최근 싱가포르로 3박 4일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항공권과 호텔 비용을 다 합쳐 인당 160만원이 소요됐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전 시기와 비교해, 너무 비싼 돈을 지불하고 여행을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쉬워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족'들도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대목을 노린 '바가지' 상술 행태가 개선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관광지 일대의 물가도 상당히 올라갔다"며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집안에서 휴가를 보내는 문화도 형성됐다. 때문에 휴포족들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사실 국내 관광지를 둘러보면 지역별로 케이블카, 산책로 등 관광자원이 많이 개발됐고 완성도도 높다. 문제는 일부 지역 자영업자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숙박비나 외식비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되면 관광자원 개발이 바가지 및 상술에 모두 부정적으로 묻히게 된다. 관광객의 재방문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행태는 근절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고은하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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