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초밀착…무너진 '힘에 의한 평화'
러시아 국방장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첫 출국…군사협력 의지
외교부 "유엔안보리 결의상 북한과 무기 거래 금지…예의주시"
입력 : 2023-07-27 15:42:35 수정 : 2023-07-27 16:42:45
27일 노동신문은 이날 0시를 기해 평양 소재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전승절 기념 공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왼쪽에 리훙중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부위원장이, 오른쪽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자리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행사에 중국·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해 북중러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에 기댄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는 사이, 북중러 3국은 군사행동 가속화를 앞세워 한반도를 연일 위협하고 있습니다. 

북, 한미 보란 듯 ICBM·신형 무인기 과시
 
27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 대표단과 전승절 기념 공연을 관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날 기념 공연에는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을 비롯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함께 했습니다.
 
리훙중 부위원장은 공연 시작 전 시진핑 주석의 친서를, 쇼이구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친서를 김 위원장에게 각각 전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친서에 "이런 중요한 시기에 습근평(시진핑) 동지가 당 및 정부대표단을 파견해 준 것은 조중친선을 매우 중시하는 총서기 동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서 주목된 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입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쇼이구 국방장관과 '무장장비전시회 2023' 전시회장을 찾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무인기 등을 함께 둘러봤습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 속 전시회에는 미국의 무인기인 글로벌호크와 유사한 형태의 무기들이 전시됐고, '화성-18형' 등 ICBM의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북러 양측은 국방장관회담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선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북러 국방회담에서는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조로(북러) 친선관계를 가일층 강화하며 두 나라 군대들 사이의 전투적 우의와 협조를 확대발전시켜 나갈 데 대해서와 호상 관심사로 되는 지역 및 국제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완전한 견해 일치가 이뤄졌다"라는 내용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우크라 전쟁 중 이례적 방북커지는 북러 무기거래
 
김 위원장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 국경을 봉쇄해 왔는데, 중러 대표단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국경을 개방했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쇼이구 장관을 파견한 것은 북한과의 무기 거래 관련 논의를 하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나옵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러시아 민간 용병업체 바그네르 그룹이 전쟁에 사용할 로켓과 미사일을 러시아에 전달했습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치르기 위해 다른 나라에 도움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라고 거론하며 "누구도 푸틴이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는 것을 도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은주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엔안보리 결의상 북한과의 모든 무기 거래는 금지되어 있는바, 우리 정부는 관련 동향을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하여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하는 북한과의 불법 무기 거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에 기댄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전승절 행사로 '핵 대 핵'의 대결 구도는 명확해졌습니다. 북중러의 밀착은 쇼이구 장관의 방북에서 증명됩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쇼이구 장관은 국외로 나간 적이 없는데, 북한을 방북해 고위급 군사 외교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결국 북중러가 한미일에 대응해 본격적으로 군사협력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전승절 기념행사에 북중러가 함께한 사진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장면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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