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이자비용 2배 올랐지만 삼성·현대차는 이자수익으로 헤징
금융권 이자장사 논란 속 4대그룹은 재무 선방
환차손과 파생상품 손실 줄여 비용 방어
한계기업 등 현금자산 부족한 곳들 이자부담 비상
입력 : 2023-11-15 14:33:07 수정 : 2023-11-15 15:35:45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금융권 이자장사 논란 속에 4대그룹 주요 상장사 이자비용도 3분기에 평균 2배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분기 누적 기준보다는 배율이 떨어져 비용관리를 잘했거나 금리차가 컸던 기저효과가 점차 둔화된 듯 보입니다. 또 환차손과 파생상품 손실 등을 포함한 금융비용이 대체로 감소한 추세라 금리부담을 재무적으로 방어한 모습입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이자수익이 오른 곳도 많아 자산이 많은 대기업들은 사실상 헤징을 잘하고 있는 결과입니다. 반대로 중소기업이나 한계기업 등 상대적으로 현금자산이 부족한 기업들은 늘어난 이자부담을 상쇄할 길이 막막해 보입니다.
 
 
위기 속 재무통 활약 돋보여
 
15일 각사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현대차, 기아,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LG,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 4대 그룹 주요 상장사 18곳의 3분기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보다 평균 77% 올랐습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평균 104%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대신 이자수익이 3분기 1조1457억원으로 전년 동기 7994억원보다 43.3%나 오르는 등 늘어난 이자비용을 상쇄시켰습니다. 또 외환차이나 파생상품관련 손실도 줄여 이자비용이 포함된 금융비용은 전년보다 되레 줄었습니다. 3분기 금융비용은 2조9037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1015억원보다 52.4% 감소했습니다. 이자비용이 늘더라도 금융비용을 줄이면 금융수익을 더해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을 늘릴 수 있습니다.
 
4대그룹이 연말 인사를 앞둔 가운데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적자로 실적이 부진했지만 재무실적은 소방수 역할을 했다고 평가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현재 삼성전자 최고 재무책임자(CFO)는 박학규 사장입니다. 과거 미래전략실에도 몸담았던 재무통인데 미전실 해체 후 삼성SDS에 부임했다가 지난 2020년 1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에 복귀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도 이자비용을 줄인 성과가 눈에 띕니다. 18개 상장사 중 3분기 이자비용이 감소한 곳은 이들뿐입니다. 현대차는 3%, 기아는 35%씩 줄였습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각각 28%, 10%씩 증가했는데 3분기에 반전된 수치입니다. 현대차 역시 3분기 이자수익이 2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1799억원보다 44.8% 늘었습니다. 기아도 같은 기간 이자수익이 954억원에서 2228억원으로 133.5%나 불어났습니다.
 
현대차의 CFO는 서강현 부사장으로 고속승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재무통입니다. 한때 현대제철에 부임했다가 2020년 말 부사장 승진과 함께 현대차에 복귀했습니다. 부사장급 CFO는 재계에서 흔치 않으며 현대캐피탈 이사, 현대카드 이사, 현대커머셜 이사 등 금융계열사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그만큼 정의선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아 CFO는 주우정 재경본부장으로 역시 현대카드 이사 외 기아타이거즈 이사,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이사, 해비치컨트리클럽 이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현대제철을 거쳤던 이력마저 비슷합니다.
 
대중소기업 재무위험도 양극화
 
이자비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삼성SDI였는데 229%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누적 기준으로도 285% 증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삼성SDI 역시 금융비용은 3분기 48.4% 줄었습니다. 이자수익도 181%나 올라 영업이익이 12.3% 감소한 데 비해 순이익은 2.4% 감소폭까지 방어했습니다.
 
이와 달리 최근 관리종목에 지정된 A기업의 경우 이자비용이 크게 늘었고 이자수익도 줄어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했습니다. 산업 전반적으로 레고랜드 사태 후 고금리와 한전 등 발전 공기업 발행 채권에 따른 수급 쏠림 현상 등이 지속되며 기업들이 자금경색에 빠진 형편입니다. 이런 재무적 위험은 중견, 중소기업에 집중돼 대기업과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분기 중 국내은행의 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대기업에 대해 중립으로 중소기업은 다소 강화로 전망됐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 조건을 강화하려는 은행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신용위험도 건설업의 대출 연체율이 2021년말 0.33%에서 올 6월말 0.65%까지 오르는 등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된 일부 업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높은 수준이 지속될 전망입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숨은 부실 위험의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시스템적인 위기는 대체로 드러나지 않은 위험에서 촉발했다. 재무상태표상 부채로 집계되지 않는 우발채무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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