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대만전쟁 불안 고조…산업계 원자재값 비상
후티반군 공습, 대만-중국 갈등에 공급망 차질 우려
해상운임 급등, 석유 및 가스 등 원자재값도 상승 조짐
채무불이행 마당에 인플레이션 커지면 고금리도 장기화
입력 : 2024-01-15 16:25:27 수정 : 2024-01-15 17:08:11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지난 주말 새 중동과 아시아 역내 전쟁 불안이 증폭되면서 당장 원자재 가격부터 상승할 조짐입니다. 유가는 미국 등의 생산량 증대로 눌림세가 있지만 해상운임이 올라 원자재 수급을 압박합니다. 국내 제조사들은 안정적 재고 확보를 위해 기존보다 거래량을 늘릴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한 각종 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입니다. 이란 참전이나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전쟁 발발 시엔 산업별로 유불리는 존재하나 공급망이 붕괴될 거시경제 악영향이 심각할 것으로 우려됩니다.
 
 
 
물가잡기 찬물 끼얹은 후티 반군에 맹공
 
15일 외신과 국내 산업계 등에 따르면 중동과 아시아 역내 지정학적 불안으로 원자재 시황부터 민감하게 반응할 듯 보입니다. 미국과 영국의 예멘 후티 반군 공습 직후 국제유가는 올랐습니다. 하지만 국내 경제에 밀접한 두바이유가는 아직 70달러선에서 멈춰 있습니다. 국내 SK, GS, HD현대, 에쓰오일 등 정유사들이 재고평가이익을 봤던 작년 3분기 유가 90달러대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이후 작년 4분기엔 기저효과로 평가손실이 발생할 듯 보이는데 지정학적 불안으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정제마진은 흑자를 보는 수준에서 방어돼 왔지만 국제유가 급등락이 반복되며 재고손익이 실적에 영향을 미칩니다. 
 
거시경제 흐름과 다르게 원자재값만 출렁이면서 전방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 등 석유화학업계는 실적 부담 요인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올들어 중국과 중동, 미국 등지의 신규 화학설비 증설 이슈가 커져, 원자재값만 치솟을 경우 마진 압박이 심해집니다.
 
다만, 근래 중동 산유국들은 기존 원유산업에서 벗어난 다각화를 서두르며 현금 확보에 목을 맵니다. 생산량을 늘려 시장 점유율 경쟁도 벌이는 탓에 유가 하방을 막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사우디 아람코가 연초부터 공급확대에 적극적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 해상유전에 투자하는 등 원유 생산력을 늘리고 있습니다. 동시에 공급계약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할인을 확대해왔습니다. 
 
최근 유가 하방은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에서 비롯됐습니다. 미국은 시추기술 발달로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원유 감산을 통해 더 높은 마진을 확보하려 했던 OPEC+의 합의는 이같은 배경 아래 힘을 쓰지 못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후티 반군의 홍해 준동의 유가 영향도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이란이 중동 전쟁에 참전한다면 유가는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불안을 낳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고금리 기조에 국내 채무불이행 사태도 번지고 있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이런 금리 정책도 바꾸기 힘듭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안은 수요자들로부터 안정적인 재고 확보를 부추긴다”며 “당분간 석유 밸류체인상 개발 상류부문부터 공급자에 유리한 시장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당장 해상 무역로가 막히면서 해상운임은 급상승 추이를 보입니다. 부산에서 미국동부까지 해상운임은 작년 11월중순부터 올초까지 50% 넘게 올랐습니다. 부산에서 유럽까지는 같은 기간 200% 넘는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국내 HMM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차질 때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습니다. 이는 하림그룹 컨소시엄에 대한 매각 우선협상 와중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노조는 졸속매각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구채 등 세부 협상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태영건설 사태까지 겹쳐 채권 전환이 필요한 산업은행 입장에서 HMM 매물가치를 높이는 환경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며 “하림 측도 이미 인수가를 제시한 상태에선 인수자금대출 담보가 될 수 있는 HMM 가치가 오르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만 침공 시 반사이익보다 악영향 커
 
중국과 대만의 지정학적 불안은 국내 반도체 산업과 연관성이 짙습니다. 친미 성향을 보이며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라이칭더 총통 당선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 대리전도 연장시킵니다. 미국은 반도체 기술 보호 차원에서 중국 빅테크들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중국도 원자재수출 제한 등으로 반격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중국 내 공장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자산도 여러 변수에 노출되는 형편입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참전할 것도 유력시 되며 이 경우 양대국 간 경제제재도 강화될 듯 보입니다. 우리는 반도체뿐만 아니라 중국내 자동차, 석유화학, 전기전자, 배터리 등 자산이 불확실성에 놓이게 됩니다. 대만 TSMC에 대한 세계 반도체 생산 의존도가 높은 만큼 칩 부족 사태도 걱정됩니다. 이 경우 파운드리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지만 거시경제 영향이 더 클 것이란 예상입니다.
 
대만해협은 국내 수출 경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상경로가 막히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 미국과 중국이 군사 충돌하면 남북간 한반도 정세도 불안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쟁만 피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통해 그간의 적자를 만회하려는 상황에서 수급 불안에 휩싸인 수요자들의 주문량이 늘어날 수 있다”며 “반도체 시황 반등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국내 한화, 현대로템,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 등 방산업은 각국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기회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저가 무기 경쟁관계였던 러시아 입지도 줄어 폴란드와 말레이시아 등지의 수출이 늘어나는 중입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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