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위기설' 대형사로 확산?…"선제적 자금 확보" 안간힘
총선 이후 PF 부실 사업장 대규모 정리…업계 촉각
대형사, PF 조직 신설·해외금융 차입 '다각화'
"업계 전체 위기 아냐"…지나친 위기설 경계
입력 : 2024-03-20 15:20:30 수정 : 2024-03-20 17:15:52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부동산 경기 장기 침체와 PF 부실 우려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4월 위기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4월 위기설은 다음 달 10일 총선 이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견·지방 건설사들에게 연쇄부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지난해 말 시공능력평가 16위의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부동산 PF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폐업이 잇따르면서 위기감은 커졌습니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금융권의 부동산 PF 규모가 200조원에 이르는 만큼 대형사도 4월 위기설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정부 당국은 4월 위기설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PF 연착륙 기조하에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대형건설사들도 모 회사나 관계사, 혹은 해외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습니다. 
 
"총선 이후 대규모 정리"…4월 위기설 실체는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10일 총선 이후 부실 PF 사업장이 대규모 정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회의에서 정부와 업계의 PF 연착륙 기조를 언급하며 "업계에서는 손실흡수능력 확충, 적극적 매각, 채무 조정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를 보다 철저히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은 현재 '양호-보통-악화우려' 3단계의 PF 사업장 평가체계를 보다 세분화하고 새로운 기준을 통해 재평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평가기준이 마련되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 입장에서는 낮은 등급의 사업장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충당금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장 정리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4월 위기설의 근거는 바로 여기서 비롯됩니다. 총선 전까지는 정부가 부실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과 건설사들을 인위적으로 방어해줄 수 있지만, 선거 이후에는 기조가 바뀌면서 숨겨진 부실들이 모두 터져나올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물론 정부 당국은 건설업계 4월 위기설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22일 간담회에서 "총선 이후 부동산 PF 문제가 터진다는 것은 큰 오해"라며 "부동산 PF 문제가 상당수 정리되고 있는데 총선 전후로 크게 바뀔 것이라는 근거가 뭔지 반문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4월 위기설이 다소 과장됐다고 주장합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당초 우려가 가장 컸던 시공 능력 상위 대형 건설사의 부도 가능성은 일부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연구원은 "서울 주택 거래량이 회복되고 있고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있는데다,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상위 대형 건설사의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으면 부동산PF 위기가 급격히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습니다.
 
대형건설사, '선제적' 자금 마련책 총력
 
대형건설사들도 4월 위기설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기존에 하던대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실적 회복을 노리고 있습니다. 다만 장기화하는 건설경기 침체와 PF 부실 환경에 대비한 선제적인 자금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연초부터 다양한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 해소 방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과 조성한 부동산 PF 펀드를 통해 2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또 최근 사내에 자산 건전화 TF 조직을 신설하고 이를 위한 결재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롯데건설은 향후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된 사업장에 대해선 본 PF 전환 등 신속한 사업 착수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해외사업 미수채권 등을 집중 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우건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금융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차입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대우건설은 지난 10일 쿠웨이트의 ABK(알 알리 은행), CBK(쿠웨이트 상업은행), 부르간 은행을 통해 2억5000만달러, 우리 돈 약 3300억원 대출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해외사업 확대에 맞춰 강점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조달한 자금은 대우건설 운영자금 및 사업비 명목으로 사용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나친 위기설 경계 목소리 높아
 
정부와 업계 모두 4월 위기설을 부정하며 PF 리스크 관리에 총력 대응하고 나섰지만, 비단 4월이 아니라 올해 어느 때라도 위기설이 또 찾아 올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쌓이는 미분양 물량이 언제든 위기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합니다. 
 
서울 시내 한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송정은 기자)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분양 시장이 워낙 안좋다보니 4월 위기설이 아닌 1년 위기설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긴장 상태"라며 "먼저 기준금리 인하 등 거시적인 환경의 변화도 필요하고 건설업계에서도 할인분양 등 자구책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뭐든지 하자는 분위기"라고 밝혔습니다.
 
지나친 위기설을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전까지 활황이었던 시장상황에서 과도하게 사업을 확대하거나 리스크관리가 충분치 못한 기업들이 겪는 경영상의 난관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이를 업계 전체에 대한 위기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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