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위기'에 자문 구했지만…전방위적 '난제'
최상목 부총리, 중동·에너지 전문가 '긴급 회의'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범정부 차원 대응"
넉 달 연속 오른 생산자물가…더 오를 기세
내수 전망 '암울'…부동산·건설 취업 '휘청'
입력 : 2024-04-23 17:32:02 수정 : 2024-04-24 07:23:48
 
[뉴스토마토 백승은·임지윤 기자]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도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세계 안보, 경제를 둘러싼 복합위기의 불확실성이 더욱 혼재되는 분위기입니다.
 
경제 컨트롤 타워를 이끄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에너지 전문가 등 석학들과 머리를 맞댔지만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대외 리스크를 비롯한 부동산·건설 경기 침체와 관련 고용시장의 불안, 소비 심리 하락 등 꺼져가는 성장 동력의 활성화시킬 실질적 대안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외경제자문회의를 주재, 중동 및 에너지 전문가와 함께 중동사태의 전망과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최상목 부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대외경제자문회의를 통해 "최근 이스라엘·이란 사태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정치·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중동발 불확실성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외경제자문회의는 최근 급증한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올해 처음 도입한 회의입니다. 지난 4일 첫 개최한 후 19일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분기별 정례 회의 외에도 중요 대외 현안 발생 시 수시로 진행됩니다.
 
이날 박현도 서강대 교수,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성일광 고려대 교수가 자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간 직접적인 충돌이 벌어지며 세계 경제에 매우 큰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 관련 동향 파악과 점검을 당부했습니다.
 
최 부총리는 전문가들에게 "전문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지적한 바와 같이 중동 사태 진행 상황과 시장동향을 철저히 모니터링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밀도 있게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연속적으로 오르는 '생산자물가'
 
중동 정세의 전면전을 피하면서 원달러환율은 1300원대 후반에 머무르고 3주 연속 리터당 1700원대를 기록한 휘발유 가격도 주춤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자국중심주의와 보호무역 확대 등 지역화, 블록화 경향이 두드려지면서 대외 리스크의 불확실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급진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수입물가 상승은 물가 인상으로 연결되는 만큼, 이미 3%대 고물가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3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를 보면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전 거래 가격인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넉 달 연속 오름세입니다. 지난 3월 생산자물가는 122.46(2015년=100)으로 전월보다 0.2% 올랐습니다.
 
특히 농림수산품(1.3%), 공산품(0.3%)이 모두 전월보다 상승했습니다. 특히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은 전월보다 0.3% 올랐습니다.
 
통상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됩니다. 생산자물가가 상승 추이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소비자물가 인상이 우려됩니다.
 
문제는 이 수치가 중동발 위기 이전 수치라는 점입니다. 중동발 위기가 본격적으로 포함되는 시기에는 생산자·소비자 물가 상승 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입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석유를 전부 수입하고 무역 의존도가 높은 수출주도형 소국 개방경제 국가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 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별로 없다"며 "지금까지 해 온 유류세 인하 등 세금을 조절해 소비자가격을 덜 오르게 하는 방안 등이 최선"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건설 취업 '휘청'…"투자 활성화책, 효과 없어"
 
내수 시장도 어두운 상황입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건설 경기가 침체하며 취업자 수가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전자 부품·통신장비 등 제조업도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작년 하반기 부동산업 취업자 수는 52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2만7000명) 줄었습니다. 종합 건설업 취업자 수(79만명) 역시 0.2%포인트(2만2000명) 감소했습니다.
 
건설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취업자도 감소세입니다. 이 기간 전자 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제조업과 금속 가공제품 제조업 모두 전년 대비 0.1%포인트 줄어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강삼모 교수는 "경제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내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한데, 현재 물가도 많이 오르고 부동산 PF 문제 등 영향으로 제조업과 건설업 취업자 수도 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그간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해 세금 감면책을 펼치는 등 노력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지는 못한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기업 투자심리를 올릴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대책을 내야 한다"면서도 "이와 동시에 일반인의 소비도 늘려야 하는데 (일반인 소비는) 심리적 요인이 강해 이만큼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소비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시내주유소에서 휘발유가 리터당 1725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임지윤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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