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상속세' 완화 군불…재계 '촉각'
이복현·최상목 등 잇달아 가업승계 기업 상속세 완화 메시지
재계는 OECD 평균세율 26% 수준으로 인하 희망…야권 반대로 통과는 미지수
입력 : 2024-05-20 14:32:45 수정 : 2024-05-20 22:29:16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부를 중심으로 상속세 완화 메시지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지 주목됩니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과도한 세율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입장입니다. 다만 상속세 완화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밸류업 참여 기업에 대한 상속세 부담 완화를 시사하면서 재공론화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과도한 상속세로 인해 기업 경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경영활동 제약이 크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기업 가치를 높이면 상속세 부담이 더 늘어나기에 최대 주주입장에서 인위적으로 지배기업의 주가를 낮추는 경우가 적잖게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사진=연합뉴스)
 
재계에선 상속세율은 OECD 선진국 평균 수준인 26%로 낮추는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주식 할증 평가까지 감안하면 세율은 60%까지 뜁니다.
 
재계 관계자는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60%로 일본(55%)을 넘어 OECD 최고 세율"이라며 "OECD 회원국 평균 세율(26%)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 기업을 팔거나 해외로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상속세 납부를 위해 회사 지분을 팔면 경영권이 위협받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든지, 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서 아예 상속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범정부 차원에서 가업승계 기업에 대한 상속세 완화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민관 공동 뉴욕 IR(투자설명회)에서 "기업 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상속세 전체에 대한 개혁은 어렵더라도 가업승계와 관련된 (상속)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논의 중"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앞서 최상목 부총리도 "밸류업 기업에 대해 가업승계가 부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밸류업 기업에 대한 상속세 부담 완화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중견 기업 61.2%는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확대할 경우 신규 투자 의향이 있다고 했고, 이들 중 62%는 상속세 감면 혜택이 추가될 경우 본사 이전 의향도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제인협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기업의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을 공익사업의 원활한 수행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정해 관련 상속·증여세법상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상속·증여세 부담 탓에 공익법인에 대한 기업의 주식 기부 등 사회적 활동이 위축된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공익법인 주식 출연에 대한 세법상 규제로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임동원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공익법인 활동 위축은 사회 전체가 수혜자인 공익사업의 축소로 이어져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과도한 세금 부담을 개선하면 공익법인의 설립이 늘고 기부·공익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상속세 완화가 '부자 감세'라는 게 야당의 입장이어서 상속세 완화 범위를 조율하는 데 난관이 예상됩니다. 22대 국회에서 192석에 달하는 야당의 협조 없이 관련 입법에 진전을 볼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속세 완화에 대해 "윤석열정부 초부자 감세 시리즈의 마지막 퍼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초부자 감세 그랜드슬램"이라며 "정부의 초부자 감세 정책으로 나라의 재정은 파탄 위기"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속세 완화는 필요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형평성 문제, 세율을 어디까지 완화할지 등 많은 시간과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경제 문제가 정치권의 정쟁화가 되는 데 대해선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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