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이혼' 2심 선고…"최태원, 노소영에 1조3808억 재산분할"
항소심 재판부 'SK 성장엔 노태우 비자금 기여' 인정…"위자료는 20억원"
입력 : 2024-05-30 17:36:00 수정 : 2024-05-31 12:59:2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앞서 2022년 12월 1심 판결에서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던 판결보다 금액이 늘어난 겁니다. 특히 재산분할 1조3808억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월12일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1차변론을 마친 뒤 각각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1심 결과 뒤집어…"배당금도 재산분할 포함"
 
재판부는 SK그룹의 성장엔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상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SK 성장에는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무형적 기여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한다"면서 "SK 주식을 비롯해 원고 재산은 모두 공동재산에 포함된다고 판단한다"고 못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원고는 피고의 재산 기여가 인정되더라도 미미하고, 분할재산에 포함하더라도 다른 재산과 구별해야 하고, 1% 미만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합리적 이유 없이 분할재산으로 구분해서 정할 수 없다는 게 판례이므로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는 앞서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을 선고한 1심 판결을 뒤집은 결과입니다. 1심에서는 최 회장이 보유한 지주회사 SK 주식이 '특유재산'으로 판단,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특유재산은 한쪽 배우자의 소유인 재산으로, 혼인 전부터 소유하고 있는 고유의 재산입니다. 혼인 중 상속·증여받은 것 등도 특유재산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SK 재산분할 관련해서는 파생되는 배당금도 당연히 포함이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2심 판결에서는 위자료도 2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기존 1심에서 위자료는 1억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은 혼인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김희영(티앤씨재단 이사장)과 재단을 설립하고 공개적 활동을 지속해 배우자 유사 지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면 "장기간 부정행위를 계속하며 헌법이 보장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부양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혼 판결 확정으로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라며 "(피고는) 2019년 2월부터 원고 명의 신용카드를 일방 정지시키고, 1심 이후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원고가 부양의무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노소영 측  "금액 많이 올라 만족"…최태원 측 "상고 예정"
 
선고 후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법정 출입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SK 주식을 특유재산이라는 상대 측 주장의 증거가 없고, 실제로 부부 공동재산이 주거 공동재산으로 형성이 돼서 그게 30년간 부부생활을 거치면서 확대됐으니까 같이 나누는 게 맞다는 것이 지금 재판부의 판단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위자료 액수에 대한 질의를 받자 "잘못한 사람이 피해자에게 주는 금액이니까 (최 회장이) 잘못한 게 많다고 (선고) 초반에 굉장히 많이 말한 것 같다"며 "그래서 많이 올라간 거 같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상고 여부에 대해서는 "1심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서 그런 부분은 만족한다"면서도 "개개의 쟁점에 대해선 어떻게 구체적으로 대응할지 검토하고 대처하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로 최 회장 측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최 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오후 입장문에서 "6공(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다"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된 부분을 반드시 바로잡을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날 재판은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30일 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으로 ㈜SK 주가는 158,100원으로 마감, 전날(29일) 종가보다 9.26% 올랐습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36년 결혼생활…종착점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18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당시는 노 관장의 부친이 현직 대통령으로 집권한 시절이었습니다. 재벌총수의 장남과 현직 대통령 딸의 결혼식은 세기의 결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세기의 결혼은 세기의 이혼으로 바뀌어 역대급 재산분할 싸움이 됐습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30년 가까이 살면서 1남 2녀를 두었습니다. 그랬던 두 사람이 결별 수순에 들어간 건 지난 2015년 12월입니다.
 
당시 최 회장은 한 언론사에 편지를 보냈는데, 혼외자가 있고 이혼을 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 회장은 편지를 통해 "저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면서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혼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면서 "그분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고,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치부를 이렇게 밝히고 결자해지 하려고 한다"면서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2017년 7월19일 최 회장의 이혼조정 신청을 시작으로 지리한 법정 공방전이 진행돼왔습니다. 1심 때 노 관장은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의 절반(1조원 상당)을 요구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현금 2조원으로 요구 조건을 바꿨습니다. 위자료도 1심 때 3억원, 2심에서는 30억원을 요구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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