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공수처·검찰, 용산 정조준
오동운 공수처장 "윤 대통령-이종섭 장관 통화기록 확보에 만전"
이원석 검찰총장, 김건희 수사 맡은 부장검사에 대면보고 받아
입력 : 2024-06-03 17:58:37 수정 : 2024-06-03 18:02:37
[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행보가 달라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의혹과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수사로 대통령실을 정조준하면서 윤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겁니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 디올백 의혹과 관련해선 부장검사들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으며 수사를 직접 챙기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장 인사 때만 해도 법조계에서 '이원석 패싱 논란'까지 나온 것과는 상반된 모습입니다. 반면 대통령실은 여당의 22대 총선 참패와 윤 대통령의 낮은 국정지지도 등으로 국정운영에 자신감을 잃었습니다. 좁혀오는 수사망에도 속수무책입니다.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가운데)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예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동운 공수처장은 3일 오전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국민이 관심 있는 사건으로, 통화기록 확보에 만전을 다 하겠다"면서 "7월에 통화기록 시한이 지나는 만큼 그 부분을 놓치지 않도록 빈틈없이 하겠다"고 했습니다.
 
최근 공수처 수사에선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사건을 처리하는 중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과 긴밀히 연락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현행법상 통화기록은 최대 1년까지만 조회가 가능합니다. 오 처장이 '7월'이라는 시점을 언급한 건 공수처가 사건 관련자들의 통화기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인식한다는 방증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공수처는 채 상병 사건에 속도를 붙이고 있습니다.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부터 국방부 조사본부 재조사에 관여했던 관계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달 25일 1차 소환 조사 이후 9일 만에 재소환입니다. 공수처는 A씨가 지난해 8월2일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경북경찰청에 이첩됐다가 회수된 과정에서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혐의자를 축소해(주요 혐의자 8명→대대장 2명) 경찰에 재이첩한 배경과 조사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 등이 있었는지 조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검찰도 김 여사 의혹에 관해 칼날을 곧추 세우고 있습니다. 특히 이 총장은 지난달 30일 디올백 수수 의혹 수사를 맡은 부장검사에게 대면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승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부장검사에게 수사 경과 등을 묻고, 신속하면서 엄정한 처리를 재차 강조했다는 겁니다. 총장이 특정 사건에 관해 지검장이나 차장검사 배석정도가 아닌 일선 부장검사로부터 대면보고를 받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 총장은 대면보고를 받은 후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향한 수사에 대해서 닥쳐올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어떤 식으로 검찰 수사력을 입증할 건지 고민한 걸로 보입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 총장이 부장검사에 대면보고를 받는 건 무척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이 총장의 경우 중앙지검장 인사 때 패싱 논란도 있었는데, 디올백 수사 상황을 직접 챙기는 건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도 디올백 수사는 여권이 주장처럼 함정취재가 아닌 금품수수와 청탁에 더 큰 혐의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의 수사 역시 금품수수와 청탁 혐의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공수처가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의 잇따른 통화에 주목하고, 검찰이 김 여사의 디올백 수사에 의지를 비치자 대통령실은 큰 압박을 받는 모습입니다. 특히 디올백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 여사를 만나 가방을 전해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가 자신에게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모 과장 등을 소개해줬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대통령실 관계자 소환까지 불가피한 겁니다. 반면 대통령실은 좁혀오는 수사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까지 이어질지 아니면 모양내기에 불과할지는 지켜보면서 계속 견제해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대통령의 허가가 없으면 대통령실 압수수색 등은 불가할 테지만 수사에는 속도를 붙여가고 있는 모양새"라고 평가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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