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검찰개혁'…22대 국회 '지상과제'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핵심
국민 지지 바탕으로 빠른 입법화 필수
입력 : 2024-06-04 17:15:54 수정 : 2024-06-04 18:31:13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안창현·유근윤 기자] 다시 '검찰개혁'의 시간입니다.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후 '검찰공화국'으로 원상 복구됐습니다. 미완의 개혁이 된 겁니다. 하지만 22대 국회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검찰개혁에 재시동을 걸었습니다. 총선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역대급 압승을 거둔 데다 민심도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나서자 개혁을 재추진할 명분과 힘을 얻은 겁니다. 양당은 검찰개혁을 '지상과제'로 꼽으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전문 수사청 설치, 검사장 직선제 등에 힘을 싣는 중입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일주일 동안 검찰개혁과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엔 검찰 출신(신성식 전 검사장·이연주 변호사), 22대 국회의원(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김용민 민주당 검찰개혁 TF 단장), 시민사회 인사(김남준 문재인정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 오동현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 모임' 공동대표) 등 3개 분야 6명이 참여했습니다. 
 
검찰개혁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검찰개혁의 요체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데 입을모았습니다. 아울러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속도감 있는 개혁을 추진을 하고, 가급적 22대 국회 임기 초반을 '골든타임'으로 삼아 조기에 개혁을 마무리해야만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정책수석부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TF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05.21.
 
검찰개혁, 수사·기소 분리가 핵심
 
신성식 전 검사장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며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틀어쥐고 있어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신 검사장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면 무리한 수사와 기소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수사와 기소의 분리만이 '폭주열차' 검찰을 바로잡고 제 역할을 하게 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펴낸 이연주 변호사도 "지금의 검찰은 선수가 심판 노릇까지 하고 있다"면서 "수사권과 기소권 행사를 분리시키는 것이 검찰개혁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을 완전 폐지하고, 검찰은 기소와 공소 유지에만 전념하게 해야 한다"며 "이것이 22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목표"라고 단언했습니다.
 
김용민 의원(검찰개혁 TF 단장)도 "검찰개혁에서 수사와 기소 분리는 하나의 목표점"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검찰 정상화의 '시작이자 핵심'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현재 검찰은 △수사권 △영장 청구권 △기소권 △형 집행권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수사에 관한 전권을 행사, 통제받지 않는 권력이 됐다는 겁니다.
 
오동현 변호사는 검찰의 행태에 관해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독자적으로 가지고 있으면서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수사와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경찰이 어떤 피의자에 대해 영장을 신청해도 이 사람을 호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영장신청을 반려한다"면서 "만약 검찰이 이 사람을 괴롭히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수십, 수백건씩 영장을 청구해 강제 수사를 하는 등 비정상적인 검찰권을 행사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사는 수사를 잘하는 기관에 맡기고, 검찰은 기소권을 통해 수사기관 통제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도록 해야만 진정한 형사 사법체계가 만들어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검찰처럼 특정 권력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틀어쥐고, 형사사법권 집행에 관해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면 과도한 권력에 취해 안으로는 곪고, 외부에서 견제할 세력도 없어 '무소불위의 존재'로 군림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입맛대로 수사'를 통해 누구라도 무릎을 꿇릴 수 있다는 점도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정당화되는 근거입니다. 황 원내대표는 "검찰은 자신의 이익과 배치된다고 생각하면 현직 국회의원뿐 아니라 정권조차 약점을 비집고 공격해 버린다"며 "조직폭력배처럼 뭉쳐 여론몰이를 통해 자신들의 표적을 범죄자로 몰아가면서 대중의 박수를 유도하는 데도 능한 조직이니 검찰개혁을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대검 청사 <사진=뉴시스>
 
국민 지지·속도감있는 입법 관건
 
문재인정부 때 실패한 검찰개혁이 다시 성공하려면 국민의 지지와 국회의 속도감 있는 법안 개정이 관건으로 꼽힙니다.
 
국민들은 이미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4일 공표된 <미디어토마토> 132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3.1%)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만 가지게 하는, 이른바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찬성했습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앞서 본지에서 같은 여론조사 기관을 통해 지난 2022년 4월 12~13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에선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내용의 이른바 '검수완박' 추진에 대해 찬성 46.3%, 반대 38.4%로 나타났습니다.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유보한 층은 15.3%였습니다. 대략 2년 전과 비교해 "찬성한다"는 응답은 46.3%에서 53.1%로, 6.8%포인트 올랐습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38.4%에서 29.6%로, 8.8%포인트 줄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여론이 변한 겁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검찰공화국으로 변질된 데 따른 국민의 분노가 임계점을 넘었고, 검찰공화국의 폐단을 지켜보면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늘어난 걸로 풀이됩니다.  
 
때문에 22대 국회 개원 초기에 검찰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해졌습니다. 거센 검찰의 저항을 뚫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관건인 겁니다. 황 원내대표는 "개혁에는 시기가 있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6개월 내에 법안 개정을 밀어붙여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유일하며, 없어서도 안 되는 게 바로 국민의 지지"라면서 "22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압승한 데서 검찰개혁의 동력이 확인됐다고 본다. 문재인정부 때보다 개혁 동력은 더 많이 확보됐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용민 의원도 "검찰개혁 이슈는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논의와 추진이 늘어질수록 동력이 상실되기 때문에 정치권이 대안을 제시하고 빨리 끝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7월 초까지 검찰개혁 입법에 관한 당론을 만들고,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와 공론화를 거쳐 9월쯤 국회에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안창현·유근윤 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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