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위, '에이닷' 시정 권고…'AI 피라미드' 전열 가다듬는 SKT
'시스템 접속 기록 보관·점검' 등 법 위반 사항에 시정 권고
파일 보관 기간 최소화, 비식별 처리 강화 등 개선 권고
한숨 돌린 SKT…'통화 녹음 제공' 아이폰과 경쟁 본격화 전망
SKT, AI 사업 박차…사피온·리벨리온 합병, 에이닷 고도화 등
입력 : 2024-06-13 12:44:08 수정 : 2024-06-13 16:37:43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AI(인공지능)를 활용해 아이폰에서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 중인 SK텔레콤(017670)AI 비서 에이닷서비스에 대해 법 위반 행위를 확인하고 시정 권고를 처분했습니다.
 
개인정보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에이닷 등 AI 응용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 대한 사전 실태점검 결과를 심의·의결했습니다. 그 결과 개인정보위는 에이닷 서비스가 개인정보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안전조치 의무(개인정보보호법 제29)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시정 권고를 결정했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2024년 제10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개인정보위)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에이닷 서비스는 통화 녹음이 이뤄지면 음성파일이 SK텔레콤의 서버에서 텍스트로 변환되고, 이를 다시 MS 클라우드에서 챗GPT를 이용해 요약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텍스트 파일을 보관하는 개인정보 처리 시스템에 대한 법정 접속기록이 보관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는데요. 개인정보위는 시스템상 접속 기록의 보관·점검 등 안전조치 의무를 준수하도록 시정 권고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SK텔레콤에 현재 1년으로 돼 있는 텍스트 파일 보관 기간을 최소화하고, 학습 서버로 이관되는 개인정보의 비식별 처리 수준을 강화하는 한편, 서비스 내용에 대해 정보주체들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마련·시행할 것을 개선 권고했습니다.
 
강대현 개인정보위 조사1과장은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용자가 동의하는 경우 개인정보가 학습 서버로 넘어가는 과정이 있는데, 통화 음성과 녹음파일, 텍스트를 처리하는 시스템과 학습 서버에 대해서 접속 기록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항을 시정하도록 권고한 사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이닷 전화'로 통화요약 내용을 확인하는 모습 (사진=SK텔레콤)
 
 
다만, 개인정보위는 에이닷 이용자가 상대방의 동의없이 녹음한 음성 정보가 SK텔레콤 서버에 저장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법으로 규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인이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만큼 다른 정보 주체에까지 동의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SK텔레콤은 개인정보위의 시정 사항 등을 수용하고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요. 강 과장은 시정 권고를 한 이후에 실제로 그것이 개선됐는지는 정밀하게 확인하고 이행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인정보 보호 강화 취지의 권고 사항으로 SK텔레콤의 에이닷에 대한 전략 수정은 불가피한 상태인데요. 다만, ‘서비스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아닌 만큼 SK텔레콤으로서는 한숨 돌린 셈이 됐습니다. 여기에 최근 애플이 아이폰에 대한 음성 녹음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향후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피라미드전열 가다듬는 SKT
 
SK텔레콤은 지난해 ‘AI 피라미드전략을 공개하고 AI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중입니다. 기존 사업을 ‘AI 인프라‘AI 전환’(AIX), ‘AI 서비스3대 사업 영역에 맞춰 재정의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최근에는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코리아와 같은 분야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합병을 결정하며 투자 효율 제고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이기도 합니다.
 
특히 SK텔레콤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에이닷에 여러 신규 기능을 추가해 AI 비서 대표주자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습니다. SK텔레콤은 이날 미국의 생성형 AI 검색엔진 스타트업인 퍼플렉시티1000만달러(137억원)을 투자하고 에이닷에 탑재할 검색엔진 고도화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에서도 통화녹음이 이제 가능해져 SK텔레콤의 에이닷 핵심 기능의 차별성이 사라졌고, 개인정보위 규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면서도 규제와 기술 개발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AI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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