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 폭주)①천정부지 먹거리값…고달픈 민생
1분기 과실 물가 36.4% 급등…외식·가공식품 물가도 우상향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1.4%에 그쳐…소비자 '허리띠 졸라매기'
먹거리도 양극화…"외식에서 내식·가성비 소비로 전환"
입력 : 2024-06-18 17:16:28 수정 : 2024-06-18 17:44:01
 
[뉴스토마토 김성은·이지유 기자]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상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한 번 오른 가격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데다, 관련 제품군의 줄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물가 자극에 대한 우려가 높습니다. 여기에 이상기후 현상으로 농산물 생산량이 예년보다 저조해 수급이 불안정하는 등 먹거리 물가의 고공행진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반면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팍팍해졌습니다.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 여력 증가율이 식탁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 시점 또한 불투명해 고물가 장기화 전망이 힘을 얻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고난의 행군'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농축수산물 물가 지수는 125.08을 기록해 전년 동기(113.33) 대비 10.4% 상승했습니다. 특히 채소와 과실이 각각 10.7%, 36.4%의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금사과'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급등했던 사과의 경우 물가 상승률이 71.9%로 집계됐고, 배(63.1%), 복숭아(58.6%), 귤(63.2%) 등의 과일 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습니다. 배추(21%), 시금치(21.4%), 토마토(47.3%), 파(44.3%) 등 채소 가격도 매섭게 올랐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외식 물가와 가공식품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 상승했는데요.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을 보면, 서울 냉면 가격 평균은 지난 1월 1만1385원에서 5월 1만1692원으로 2.7% 올랐고, 김밥 가격은 3323원에서 3423원으로 3% 상승했습니다. 설탕(20.1%), 소금(20%), 초콜릿(11.7%), 아이스크림(10.9%) 등이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가공식품 물가도 2.2%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주요 식품 기업들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며 제품 가격 올리기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전 기점 대비 가격 인상폭이 커지고, 동시다발적으로 인상이 이뤄지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먹거리 지출 커졌다…"양극화 심화 우려"
 
반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04만6000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 늘었습니다. 처분가능소득은 소득에서 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을 말합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3%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외식과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을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비교하면 각 2.8배, 1.6배에 달합니다. 이는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급여 상승률을 훨씬 웃돈다는 의미입니다.
 
이처럼 급격한 먹거리 물가 상승에 적자 가구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올해 1분기 전체 가구 중 적자 가구 비율은 26.8%로, 전년 동기 대비 0.1% 증가했습니다. 식료품과 비주류음료, 음식과 숙박 분야에서 지출 증가가 나타나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3% 늘었습니다. 가계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로 먹거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습니다. 한 번 오른 식품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아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죠.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재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천정부지로 오른 식품 가격이 양극화 심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선식품 가격이 오르며 건강한 식재료 사용에 부담을 느껴 냉동식품으로 대체하거나, 외식을 망설이게 되는 풍조가 생기고 있다"며 "식품 가격이 오를수록 저소득층의 선택권이 줄어들며 양극화는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불황 자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먹거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후플레이션'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금리 인하 시점 연기 가능성 높아진 점도 물가 잡기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이렇다 보니 소비 형태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PB(자체 브랜드) 제품으로 눈을 돌리거나,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며 "가처분 소득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 가운데 외식에서 내식으로, 내식도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 형태가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김성은·이지유 기자 kse58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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