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오션, 취업규칙 변경 절차 위반 논란 ...노조 "가처분신청 검토"
보건휴가 무급화·유급결근제 폐지 등 복지 축소 시행
한화오션 "복지 혜택 늘리고 기존 잘못된 관행 잡는 것"
"부서장, 비동의 인원 개별 면담…팀 내 동의 서명 권장"
최정규 변호사 "사측, 힘으로 근로자 집단 동의권 무력화"
입력 : 2024-07-01 16:09:57 수정 : 2024-07-02 17:24:24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오션이 기술사무직에 대해 변경한 취업제도규칙 시행일 첫날부터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사무직지회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복지축소라고 비판한데 이어 사측이 재직자 찬반서명을 받는 절차에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한화오션은 1일 선임 이상의 사무기술직 4015명(임직원 총 8415명, 지난해 12월 사업보고서 기준 48% 수준)을 대상으로 동의 절차를 거쳐 변경한 취업규칙을 시행합니다. 
 
재직자 찬반 서명 결과는 찬성 60.1%, 반대 39.9%로 과반수를 넘겼습니다. 다만, 보건휴가의 무급화와 유급결근제 폐지, 조퇴 및 사용외출 사용시 임금공제 등 재직자들의 복지를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노조를 중심으로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독)한화오션, 복지 축소 등 사무직 취업규칙 내달 변경, 기사 참고.)  
 
아울러 한화오션이 이번 제도 변경의 명분이 재직자 과반을 넘기면서 표면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제기됩니다.
 
'불이익 우려' 기명 찬반서명…비동의 직원 면담에 메일 전송까지
 
한화오션에서 사무직으로 재직 중인 A씨는 "취업규칙 변경 추진 과정이 전사적으로 노동자들을 한 장소에 불러모아 설명하지도 않았고, 사업 부서 단위로 의견교환을 통해 찬반서명이 이뤄졌다"며 "찬반 서명지에 이름과 사번까지 나오고 '동의' 또는 '비동의' 란에 재직자들이 체크를 하는 것이라 사측에 협조적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찬반 서명이 지난 19일(수요일)부터 시작됐는데 공식 서명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지난 21일(금요일) 사측은 임직원들이 얼마나 동의했고 비동의했는지, 또 참가율은 몇 퍼센트인지 중간 현황 파악을 했다"며 "어떤 부서장은 부서 내 찬반 서명지에 비동의가 있어 몇몇 부서원들 면담을 진행했고, 메일을 통해 사측 입장을 강조하며 전체 부서원들에게 다시 한번 '동의'에 서명하기를 권장했다. 취업규칙 변경 절차가 정당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한화오션 모 부서의 B팀장은 '사무기술직 취업규칙 변경 동의절차 안내'라는 제목과 함께 "회람 시작부터 비동의가 있어 몇몇 분과 얘기를 나눴다. 우려와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인사(팀)로부터 들은 내용을 명확히 정리했다"며 "아래 내용을 보고 동의, 비동의 서명을 바란다"고 팀원들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울러 사측이 진행 중인 취업 규칙들에 대해 오해를 갖지 말라며 설명했습니다.
 
한화오션 모 부서장이 지난달 19일 사무기술직 취업규칙 변경 동의절차 안내라는 제목으로 부서 재직자들에게 메일을 보낸 내용. 해당 메일을 재구성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근로자 동의권 형해화 판단 시, 취엽규칙변경 무효"
 
문제는 해당 사실이 근로기준법 제 94조를 위반한다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이 사안의 경우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권을 사용자측이 유, 무형적 힘으로 무력화시킨 부분이 확인됐다"며 "사용자측이 위력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을 무력화 하는 등 실질적으로 근로자 동의권이 형해화됐다고 판단된다면 형식적으로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취업규칙변경은 무효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했다면, 노조나 노동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작년 5월11일 대법원은 선고한 '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 사건에서 기존 판례를 변경했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화오션 사무직지회는 이번 사측의 취업규칙 변경 내용과 절차상 나타난 문제들에 대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따른 법위반 유무를 판단한 뒤 법원에 가처분신청 여부를 검토 중입니다.
 
지회 관계자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 중 나타난 정황만 보면 윗선에 개입이 있던 걸로 보여진다"며 "현재 인력난도 심각한 상황인데 기대임금을 줄이는 형태로 제도가 바뀌면서 회사에 불신과 모순, 좌절, 절망감 등을 느끼고 있다"고 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취업규칙의 변경은 직원 임금 및 처우 일반을 직결하는 핵심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변경할때는 절차적 정당성을 충분히 갖춰야 함은 가장 기본"이라며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것은 한화의 인사관리 시스템에 결함이 존재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취업규칙을 적법하게 변경했다는 입장입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 취업규칙 개정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등의 의견이 있어 인사팀은 팀장들이 문의하는 사항을 정리해 메일로 안내했다"며 "취업규칙 변경절차는 근로기준법과 관련 판례가 요구하고 있는 기준 이상의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며 진행됐다"고 해명했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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