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코드 도입하면 실질적 문제원인 파악 어려워져"
국회 게임정책포럼 준비위 세미나
셧다운제·4대중독법 부활 우려
게임, 콘텐츠 수출액의 68% 차지
조승래 "질병 코드 적용, 공든 탑 무너져"
입력 : 2024-07-04 16:06:03 수정 : 2024-07-04 16:17:33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실체가 모호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 코드에 적용할 경우, 사회 전반에 걸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 게임산업 현황 및 현안 점검' 세미나에서 게임 이용 장애에 질병 코드를 도입할 경우 우려되는 사항들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조 교수는 게임에 대한 편견으로 다수의 법안이 발의됐던 과거 사례를 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ICD-11)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적용할 경우 낙인 효과와 과잉 의료화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사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게임산업 현황 및 현안 점검' 세미나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조 교수는 "게임이 부정적 행동의 근본 원인인지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음에도 (4대 중독법, 셧다운제 등)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며 "게임 이용이 청소년과 청년의 새로운 문화와 사회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여러가지 비합리적인 규제와 질병화가 시도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게임 질병코드 적용 시 사회적 낙인이 강화되고, 비합리적 규제가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조 교수는 "연구 기반 자체가 불충분하다"며 "학자들 간에 합의된 개념도 정의도 없고, 임상 연구도 시도되고 있지만 상당히 드물다"고 말했습니다.
 
기초가 부족한 관련 연구를 토대로 과잉 진료가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조 교수는 "게임 행동 장애 증상에 대한 진단이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경우도 적지 않다"며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이 표면적으로 보여주는 행동 문제가 실제 게임으로 인해 나타나는 게 아니라,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든지 우울증이라든지 불안 장애와 같은 다른 공존 장애와 높은 공존율을 보이는데, 실제 뭐가 원인인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어 "다른 질병에 의해 (행동 장애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런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밝히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콘텐츠 산업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위권에 속합니다. 김남걸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신기술본부장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콘텐츠 산업 규모는 151조1000억원이었는데요. 게임 시장은 방송(26.1조·17%), 출판(25.2조·17%)에 이어 3위(22.2조·15%)를 차지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방송, 출판, 게임 중 게임의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몇 년 안에 게임 산업 콘텐츠 산업에서 시장 규모 1위에 등극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내다봤습니다.
 
게임만 놓고 보면 매출은 지난 2015년 10조원을 넘겼고 2022년 22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습니다. 수출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2022년 게임 수출액은 약 90억 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67.8%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엔 정부가 30대 수출 유망품목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현재 한국 게임은 정체와 성장의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성장세가 줄어 2023년도 매출은 전년보다 10.9% 줄었을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이런 상황 속 게임 질병 코드가 적용될 경우, 게임산업은 변곡점을 넘어 우하향 추세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에선 큽니다. 특히 관련 산업 종사자에 대한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데요. 게임 산업 종사자는 2022년 기준 8만4347명입니다. 39세 이하 청년은 70%에 달합니다.
 
이날 열린 세미나는 국회 게임정책포럼 준비위원회가 게임 산업 현황과 게임 질병코드 도입 문제에 대해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준비위원장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히 완화됐다"면서도 "ICT-11이 들어오게 되면 공든 탑이 확 무너진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그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방어할 것인지가 가장 핵심적인 저희 의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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